손으로 만드는 기쁨, 자연에서 누리는 평화
‘핸드메이드 라이프’, 직역하면 ‘내 손으로 만드는 인생’이다. 즉, 저자는 진정한 삶의 주체성 문제를 제기하며,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더 많이 만들어갈수록 사람들은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리라고 말한다.
다소 실험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코퍼스웨이트의 생활방식을 통해 삶의 주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하나의 건강한 사레를 제시해주고 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착취가 상식이 되다시피 한 요즘, 잘못된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손과 몸을 써서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구제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더없이 귀한 가르침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머리를 쉬게 하는 만큼 이 세상의 생태적, 사회적 파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추천사는 느리고 담백하다. 은든자의 가오를 미화하는 미사여구도 없다.
이 쯤에서 저자가 궁금해 진다.
윌리엄 코퍼스웨이트는 미국 메인 주의 숲 속에서 탐욕스럽고 저급화되어가는 물질문명과 전쟁에 반대하며, 자급자족하는 생활방식으로 40여 년간 소박한 삶을 추구해왔다. 그는 손을 쓰는 작업과 지식 교육의 결합, 평생교육을 중시하는 ‘교육자’이자, 친환경적인 재료로 아름답고도 실용적인 집을 짓는 ‘건축가’이다. 또한 생활에 필요한 삶의 도구들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드는 ‘장인’이자 ‘노동자’이며, 자신의 삶과 교육 철학을 글로 쓰는 ‘작가’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에밀리 디킨슨, 간디, 니어링 부부의 정신을 계승한 그는 그들의 철학과 삶의 방식을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에 접목시키기 쉽도록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창조하고 발전시키며, 남을 착취하지 않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사회 운동가이기도 하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전통 주거 형태인 ‘유르트’원래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주거로, 펠트 천으로 만든 이 둥근 천막은 지금은 이동 생활자들의 보조 주거로 사용되는 예가 많다.의 아름다움과 천재성에 매료된 그는 자연 친화적인 현대식 유르트를 북미에 도입한 이래, 4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에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값싼 재료를 이용한 유르트 300여 채를 지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유르트 재단’에서는 다양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지각 있고 경제적인 자급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고무시키는 데 봉사하고 있다.
저자의 테이블은 부럽기 그지 없다. 유르트의 면면을 이어 창으로 둘러친 그 창가에서 글을 쓰고 있다. 저자는 이 창가에서 어떤 글을 썼을까?
글을 시작하면서 저자가 인용한 구절에 묘한 동질감을 갖는다. 기도문 중에 사람이 땅에서 화해 한 것처럼 하늘에서도 화해하기를 바램하는 기도문과 닮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예수이고, 저자가 예수겠구나 싶다.
한껏 저자에게 마음을 주다가 첫 글의 소제목 ' 삶을 디자인하다 ' 는 페이지를 보니 갸우뚱해진다. 디자인? 너무 현학적인 표현 아닌가? 의심의 태세로 마음이 바뀐다.
'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마구잡이로 디자인되어왔다. '
이 첫 문장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기로한 선택에 만족한다. 소제목은 맞춤한 표현이었다.
이 책은 레시피 책은 아니다. 다만 저자가 생활에 필요해서 만든 물건, 요리 레시피가 몇 몇 실려있다.
책을 읽다가 만나는 첫 레시피는 도끼 만드는 법이다. 저자가 체득한 경험의 결과물로 얻은 레시피는 리얼하다. 공유하려는 의지는 친절하고 세밀한 설명을 통해 전해온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뻔질나게 펼치는 페이지는 참 아름답다.
레시피 제목은 ' 선물같은 빵 ' 이다.
내가 이 ' 선물같은 빵 ' 을 몇 개나 구웠는 지 나도 알지 못한다. 이 레시피를 알게 된 2011년부터 지금까지 구운 빵 중 50%가 넘게 구웠으니까. 병원생활 3년 후 오븐을 없애고 나서는 한 번도 구워보지 못했다. 이젠 오븐이 없어서 굽지 못한다.
다시 ' 선물같은 빵 ' 을 구울 날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