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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Sep 02. 2017

뱅상 가스니에

243종 와인 테이스팅 노트

뱅상 가스니에는 세계 최연소 마스터 소믈리에다. 뱅상 가스니에의 책  [와인 테이스팅 노트 따라하기] 를 출판사 대표님께서 추천하셨을때까지만 해도 살펴보고 읽어야지 했다. 추천에 바로 답드리지 못하고 꾸물대다가 읽어야 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우습지만 출판사가 DK(A Dorling Kindersley Book) 이어서였다. 요셉과 미카엘은 태어나자 마자 어쩌면 뱃속에서부터 DK 영어동화책을 가지고 놀았다. 좀 더 커서는 DK 인터넷 사이트와 CD 를 가지고 놀았다. 물론 요셉과 미카엘이 즐긴  DK 는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DK 에 대한 신뢰는 저자를 알 필요가 없을 정도다. 나에겐.


출판사 대표님이신 유경종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이유는 저자때문이었다. 표지에 촌스럽게 디자인된, 그러나 DK 스타일이 분명한 저자의 사진은 와인의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저자 소개를 보자.


뱅상 가스니에 VINCENT GASNIER
뱅상 가스니에는 22세의 나이에 최연소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얻었다. 이 자격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음료 전문가임을 증명하는 것이며, 지금까지 140회밖에 수여하지 않은 출중한 자격증으로서 가장 수준 높은 기술, 견문, 광범위한 전문지식을 인정하는 것이다.
뱅상 가스니에는 경력의 첫 출발을 프랑스 루아르 밸리에서 하였으며, 그다음에는 로랑(Laurent)과 쥘 베른(Jules Verne)을 비롯해, 미슐랭에서 선정한 파리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다. 올해의 뤼나르 소믈리에(Ruinart Sommelier of the Year)로 선정되고 동 페리뇽 상(Dom Perignon Award)을 수상했다. 현재는 본인 소유의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 명단 중에 영국 국회의사당과 소호하우스가 올라 있다. 그는 수많은 와인 대회의 유명한 심사위원이기도 하며, 디스 모닝(This Morning)을 비롯한 TV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인 와인, 주정, 리큐어, 칵테일. 맥주 등에 대한 종합 가이드인 『드링크(Drinks)』(DK, 2008)의 저자이기도 하다.



아 내가 읽으려고 찜해둔 [Drinks] 도 뱅상 가스니에의 책이구나. [Drink] 만큼 술 전반에 대한 사실적, 사전 수준의 책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표지의 촌스러움은 DK 로 상쇄하고, 저자에 대한 모호함은 [Drink] 로 상쇄, 아니 호기심 만발이다.


책을 펼치니 무려 초판본 1쇄다. 이 책을 추천해주신 유경종 대표님 이름 석 자가 펴낸이에 적혀있다.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은 목차를 살펴 관심 분야를 먼저 읽은 후 해당 글이 만족스러우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덮는 편이다. 헌데 저자의 글을 먼저 읽고 싶어서 목차를 건너 뛰었다.


머리말 첫 문장은 이렇다. " 아주 어린 시절만 빼고, 와인은 언제나 내 열정의 대상이었다. " 성인이 되어 관련 일을 하면서 각색된 문장일 수도 있는 이 첫 문장이 그저 사실로 읽혀졌다. 심지어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저자와의 첫 만남은 이 문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약간의 설레였음을 감출 수가 없다.


머리말의 설레임을 품은 채 들어가는 글을 읽는다. 소제목이 감히 그러나 식상한 " 와인 오디세이 " 다. 내 속은 순식간에 ... 역시, 허세로군 ... 으로 설레임을 덮었다. 첫 단락의 수도꼭지, 문화, 풍미, 축제, 프랑스 같은 의례적 서술에 실증이 났다. 두번째 단락 첫 문장에 나도 모르게 단락 아래 저자의 사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천재를 이렇게 직면하다니 고맙다.


" 내 임무는 와인의 신비로움과 불확실성을 해석해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이 한 문장에 저자의 생각과 가치가 모두 담겨있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없는 이 평범하기 그지 없는 문장으로 충분하다. 책 본문의 내용은 실제일 뿐이다. 와인 소믈리에로서의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이 한 문장을 읽은 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친다.


꼼꼼히 다 읽어야겠다. 목차를 다시 살핀다.



와인의 스타일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와인 스타일 만들기


흥분을 가라앉히고 책 본문을 펼친다. 역시 표현은 촌스럽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하다. 호객의 현란함이 없다.


이 책은 읽을 책이 아니다. 따라해야할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243종 와인을 따라마셔야겠다. 그럴수없다면 더더욱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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