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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Jan 31. 2019

쌀의 힘

삼광, 추청, 고시히까리, 이노치노이치

술 공부를 하면서 이론은 거의 독학해야 했고, 실제는 고인이 되신 배상면 선생님께 배운 기초가 든든했다.

쌀누룩의 계량화를 위해 자연스럽게 지역별 쌀에 따른 누룩을 만들어 봐야했고, 사계절 누룩을 만들어 봐야했다.

보편성을 위해 지역 농협에서 쌀을 구매했다. 지역 특수미가 아닌 지역 혼합미로. 지역 혼합미를 사용하면서 해남지역 쌀의 생명력에 몇 차례나 놀랐다. 이천 쌀과 차이가 없는 힘에. 결정적인 경우는 ... 교통사고로 여의도성모병원에 장기 입원중에 경험한 경우이다. 나에게 쌀누룩-이화곡을 배운 해남 분이 누룩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병실로 몇 개 택배를 보내왔다.

새까만 곰팡이로 뒤덮인 누룩은 ... 반죽수가 지나치게 많았고, 온도 상승에 따라 방출되는 수분을 적절히 유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혹시나하여 속을 보려고 누룩을 잘랐다. 헌데 누룩 속은 노오란 계란처럼 고운 것이 아닌가! ... 사람이 통제한 환경은 최악인데 쌀의 생명력은 놀라웠다.

득달같이 전화로 물었다 ... 무슨 쌀인가? ... 선생님께서 농협 혼합미를 사용하라고 해서 해남 농협에서 산 관행농 쌀을 사용했습니다 ... 이후 해남쌀에 대한 내 선호는 더 분명해지기도 했다.

퇴원하자마자 강화 청년 농부와 3만평 논에서 모판만들기부터 모내기, 수확하기, 영양성분 검사까지 일년을 논에 나가 살면서 삼광, 추청, 고시히까리 품종의 사계절 고두밥 맛과 누룩 비교를 겪었다. 년간 맛차이가 많지 않은 삼광, 6개월 정도 후면 너무 심심해지는 고시히까리, 어정쩡한 추청은 분명하게 확인했다. 내가 삼광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세월이지나 최근 몇 년간 쌀에 집중하면서 고시히까리보다 비교불가 월등한 맛과 사계절 맛 차이가 별반 없는 용의눈동자 하얀쌀 에 놀랐다. 하얀술 쌀로 하얀쌀 을 욕심내는 이유가 그저 단순한 선택이 아님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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