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시간이 흐른다. 어떤 날의 내가 묻는다.
째깍 째깍째깍... 시간이 흐른다. 어떤 시간이 지나가고 어떤 시간이 오는 거지? 내일의 시간이 지나고 어제의 시간이 온다. 먼 옛날 태고의 시간이 온다. 어제의 시간, 내일의 시간은 구분되지 않은 채 한꺼번에 몰려왔다가 몰려가기도 한다. 어떤 시간이 남고 어떤 시간이 가버렸나?
시간은 감정도 없고 인정도 없다. 나는 불도 켜지 않은 어둑한 방에 앉아 흐르는 시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난 주말 나는 완전한 백수가 되었다. 회사의 인트라넷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나는 고립된 걸까? 아니면 자유로워진 걸까? 지난주 중에 있던 정년퇴임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나는 정년 해직이 되었다. 33년 4개월의 회사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해직 공문을 보고 몇몇 후배들로부터 축하?전화를 받고 모임 약속을 잡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반가움과 고마움과 쓸쓸함이 공존했다.
지금 나는 무감각하고 게으른 상태에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나는 사회성이 굉장히 좋기도 하고, 사회성이 굉장히 불량하기도 한 인간이다. 작은 일에 쉽게 분노하기도 하고, 어떤 일에 상당히 냉담하기도 하다. 어떤 때는 극도로 교만하기까지 하다. 나는 과연 정직한 인간일까?
나는 수시로 충동에 사로잡히고 뜬금없는 희망과 열정으로 들뜨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절망과 대단한 냉정을 오가며 감정의 요동침 속을 지나왔다.
나는 이중인격자 아니 삼중 사중... 다중인격자인지 모른다. 내 속에 내가 몇이나 들어 있는 걸까?
째깍째깍... 따다다 단... 째깍째깍... 따다다 단...
나는 눈을 껌벅이며 시간을 응시하고 있다. 내게 오는 시간들... 나를 지나쳐가는 시간들... 나는 팔을 뻗어 그것들을 향해 손을 내밀지만 그것들을 잡으려 버둥거리지는 않는다.
지나면 지나가는 대로 다가오면 다가오는 대로 나는 바라볼 뿐이다. 어떤 시간은 눈물을 머금은 채 지나가고 어떤 시간은 조롱하듯 지나가고 어떤 시간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지나간다. 어떤 시간은 명료한 모습으로 오고 어떤 시간은 흐릿한 형체로 다가와 잠시 머문 듯 멈춰있다가 다시 지나간다. 물끄러미 지켜보는 내내 시간은 다가왔다가가 머물곤 사라진다.
그것은 기억과 함께 오고
그것은 희망과 함께 오고
그것은 환희와 함께 오고
그것은 절망과 함께 오고
...
그리고 모두 지나간다.
나를 비웃듯 스쳐가는 기억들...
내게 아직 허기진 소망이 남았을까?
나는 무엇을 잡으려 했던가?
나는 무엇을 놓으려 했던가?
십 년 후의 시간이
십 년 전의 시간과 만난다.
그것은 엇갈릴 수 없는 사이지만
서로 뒤엉킨 채 내 앞에서 너울거린다.
십 년 후의 내가 십 년 전의 나와 다른 모습이며 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보고 있다. 익숙한 듯 낯선 모습이 낯설다.
나의 생기. 나의 열정. 나의 충동은 어느 시간에 걸려 있을까? 지나는 시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떤 시간을 소환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시간이 와주기를 원하는가? 시간이 나를 키운 건 분명한데... 째깍째깍 ... 시간은 흐르고, 나는 아직 눈을 껌뻑이고 앉아 있다.
째깍째깍 ... 째깍째깍 ... 째깍째깍 ...
나의 영혼은 언제쯤 깨어날까? 어쩌면 나는 신이 되어 영원회귀할지도 모른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 문장들. 나의 의식은 온갖 언어들이 뒤엉킨 혼돈의 바다다...
어제의 내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