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해본 자만이 비로소 고도를 결정한다"

이카루스의 몰락

by Paxmn

Pieter Bruegel의 1560년 작품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내 할 일을 할 뿐이다라는 웅변을 하듯이 푸른 바다와 배 그리고 멀리 있는 도시에는 한눈을 팔지 않고 의식적으로 안보는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현재의 당면한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카루스는 태양을 향해 날다 추락해 바다에 빠진다.


범선 밑에 허우적거리는 이카루스의 다리는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도전에 대한 실패를 상징하는 걸 거다.


그런데, 만약에 태양이 아닌 도시로 목적지를 잡았으면 가능하지도 않았을까?


밀납이 녹는지 가만히 살펴보며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말대로 비행을 했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멋들어져 보이는 도시는 인간에게 욕망의 분출구일 것이다.


거기에도 암초와 장애물이 놓여있다.


상대적으로 밭을 가는 농부와 양을 치는 목동은 시선과 고개를 아예 도시 쪽으로는 등을 진다.


문득 나는 어떤가 생각해 본다.


이상주의자인가 현실주의자인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인가


돌이켜보면 잘못될 줄 느끼면서도 날아올랐던 그 무책임한 비상은, 태양의 민낯을 보고 싶었던 갈망이었다.


바다에 처박힌 뒤에야 깨달았다.


날개의 힘은 상승의 높이가 아니라, 추락의 무게를 견디는 근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제 나는 이카루스의 비명을 뒤로하고, 시칠리아에 도착한 그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길을 걷기로 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나를 가두는 미궁이 아니라, 다시 시작될 비행의 안전한 활주로다.


나는 이곳에서 가장 책임감 있게 쟁기를 잡고, 가장 정직하게 중력의 무게를 배운다.


이번 비행의 목적지는 화려한 태양이 아니다.


추락의 상처를 지혜로, 누군가를 위해 견고한 성을 쌓고 따뜻한 밥을 지을 수 있는 ‘나만의 시칠리아'다.


“추락해 본 자만이 비로소 고도를 결정할 자격을 얻는다.”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내 앞의 문을 지키며, 결코 녹지 않을 신념의 날개를 다시 벼린다.


‘나만의 시칠리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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