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움(美)을 품은 미술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 '르네상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미술가에 대해 관심이 없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문화예술에서 '르네상스 시대'는 그것의 정석이나 표본처럼 여겨진다. 이는 다분히 암흑기 또는 정체기라 불리는 오랜 중세 시대를 극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 문화예술로의 '부흥' 또는 '부활'을 그 기치로 삼았지만, 고대를 넘어선 예술적 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고대부터 인정받았던 문학이나 건축과 달리 오랫동안 낙동강 오리알처럼 무시당했던 미술이 드디어 다른 예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는
미술도 아름다움(美)을 구성하고 재현할 수 있는 예술임을 인정받음으로써,
미술의 발전 뿐 아니라 숱한 천재 화가들을 배출했다.
모든 예술 활동을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절대 신을 위한 종교적 활동이라 여겼던 중세시대와 달리, '인본주의'를 표방한 르네상스는 예술가 자체가를 독창적 창작 능력을 가진 '천재'로 여겼다.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아름다움(美)을 구현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오직 신을 위해 존재했던 예술이 인간이 향유하는 것으로 바뀌고, 신을 위한 봉사자로써 익명을 요구받던 중세의 예술가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미술가로 여겨짐으로써,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수의 천재 미술가들과 대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미술'에 대한 가치도 '부활'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부활되었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리스 로마 시대'를 말한다. 그리스 로마시대는 자유 시민에 의한 시민정치, 자유경제, 고전주의 문화를 이룩한 가장 이상적인 유럽의 사회상을 대표하며,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 낸 최고의 모델로 여겨진다. 때문에, 비(非) 이성적인 신중심의 중세시대를 벗어나, 다시 '인간의 이성과 의지'로 회귀한 르네상스 미술이 그 롤 모델로 그리스 로마 미술을 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고, 르네상스 미술가들이 그저 그리스 로마시대 미술을 모방하고자 했다면,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그 모범적 모델로 그리스 로마 미술을 택했지만, 고대 미술가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아름다움(美)'을 인식했다. 2강에서 말했듯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아름다움(美)은 절대적이고 초원적인 관념이자 자연 상태로 인간의 정신, 생각 속에서만 완전한 것이었다. 미술가들은 절대 닿을 수 없는 영역으로, 당연히 창작될 수도 없었다. 즉 미술가들이 만들어 낸 것은 아름다움(美)이 온전하게 구현된 자연 상태를 모방하는 것 뿐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르네상스인들은 아름다움(美)이라는 관념이 신이 창조한 그 자연 그대로 일 때 완전하다는 고대 그리스 시각에 동의하면서도, 미술의 아름다움(美)와 자연의 아름다움(美)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자연과 미술의 아름다움(美)을 분리하는 기준이 된 것이 바로 발명(inventio)이라는 개념인데, 이는 신이 부여한 미술가들의 창의적 능력을 말한다. 미술가는 우선 머릿속으로 아름다움(이상적 아름다움)을 생각 한 뒤, 이를 신이 부여한 독창적인 기술과 재능으로(inventio : 발명)으로 작품을 창조한다. 따라서 미술 작품 또한 자연처럼 완전한 아름다움(美)을 표현 할 수 있다. 이때, 고대와 달리 르네상스 미술은 미술작품의 구성 요소로 아름다움(美)이 포함되었고, 이로써 미술 자체가 표방하는 아름다움(美)이 자연의 아름다움(美)에서 분리될 수 있었다.
마침내 미술 자체가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미술에 내재된 '아름다움(美)'를 간과했던 유럽 사회가 "미술이 '아름다움(美)'을 구성하고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 르네상스 미술은 새로운 움직임을 낳았다 : 미술 개념의 등장에 따른 미술의 지위 향상과 미술을 주체로 하는 새로운 학문의 등장이 그것이다.
나는 대리석 안에서 천사를 보았고, 그를 자유롭게 해줄 때 까지 조각했다.
- 미켈란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