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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Jan 29. 2021

7. 르네상스 _ 미술의 등장 (2)

- 미술, 예술로 인정받다

- 미술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다!


지금은 유럽하면 떠오르는 상위 개념 중 하나가 “미술”이지만, 르네상스 이전까지 ‘미술’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던 하위 학문이었다. 비록 ‘아름다움(美)’을 탐구하는 활동은 고대부터 꾸준히 있어왔지만, 미술은 진정한 ‘아름다움(美)’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다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5C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유시민이 반드시 익혀야 할 필수 학문으로 ‘7종 자유학예’를 선정했는데, 7종이란 문법, 수사학, 변증법, 산술, 기하학, 음악, 천문학을 말한다. 당시 미술 특히 회화는 이러한 엘리트 학문에 속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전통과 미술에 대한 일종의 천대(?)는 중세까지 이어져, 르네상스 시기 많은 미술가들과 미술 애호가들의 열정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  하위 학문으로 천대받던 미술의 지위를 ‘자유학예’에 편입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시행된 것이다. 


14세기 첸니니(C. Cennini)는 영리 목적의 수공업과 동등한 취급을 받았던 회화를 수공업에서 분리시켜, 시 창작과 동등한 ‘학문적’ 지위를 주장했다. 15세기 알베르티는 회화를 흔히 ‘군자’가 취하는 신성한 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그 학문성에 대해 역설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역시 원근법, 명암, 구도 및 해부학적 묘사 등 다양한 미술의 기법을 바탕으로 미술의 과학성을 주장하며, 미술이 기술성을 벗어나 예술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원근법의 정석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1490)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이처럼 미술이 예술로 격상되는데 가장 결정적 근간이 된 것이 바로 '미술가의 창의적 능력'이다. 미술가의 천부적 능력은 단순히 미술기법의 비약적 발전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라, 미술이 여타 학문과 같은 과학성과 독창성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길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곧 미술가 자체의 천재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리하여 익명성을 요구하던 유럽 미술계는 이제 특출 난 미술가를 환영하고, 메디치 가문 등 미술 애호 집단이나 가문이 등장하여 이들을 전문적으로 후원하기에 이른다. 신을 위한 종교적 목적이 아니라, 개인의 향유 목적으로 미술작품이 인식되면서 르네상스는 결국 전무후무한 “문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 미학과 미술사가 발전하다!


르네상스 시기, 미술은 예술로서 그 학문성을 확보함으로 대대적인 발전을 이룩했음은 물론, 이를 증명하고 유지하기 위한 이론적 움직임을 낳았다. 그것이 바로 미학과 미술사의 발전이다. 르네상스 이전까지, 미학과 미술사와 같은 이론적 움직임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두 학문에 대한 개념이 존재한 것도 아니고, 두 학문의 경계가 분명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마침내, 르네상스 시기 미술이 독보적 위치를 확보함으로 두 학문은 독자성을 갖추게 되었다.


먼저, 미학(美學)은 미술 작품을 아름다움(美)으로 여기고, 그것의 규범과 가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아름다움(美)에 대한 탐구는 고대 그리스부터 꾸준히 있어왔지만, 미술을 예술로 취급하지 않던 시기였기에, 그것은 미술이 아닌 다른 학문에서 더 활발히 일어났다. 때문에, “미술도 아름다움(美)을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증명된 르네상스에 이르러야 미술만의 미학(美學)이 등장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었다.

 

르네상스 미술의 시작이라 불리는 지오토 디 본도네의 <애도> (c1304-1306) 아레나 예배당 


미학과 함께 등장한 미술사는 미술을 구성하는 그 규범과 가치를 탐구하기 위해 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기록하는 학문이다. 르네상스 이전까지, 미술 이론의 핵심은 미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데 어떻게 규칙(인체미나 비례미 등)을 규정하고 이를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때문에, 미술가와 미술 작품 자체에 대한 언급이나 저술은 미비했다. 


그러나 르네상스에 이르러, 작품을 구성하는 절대적 규범뿐 아니라 이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는 르네상스 미술가들이 그들의 미술 제작에 모범이 되는 미술적 규칙 뿐 아니라, 위대한 미술가나 미술 작품에 대한 역사적 지식을 아는 것을 유익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술계 전반의 움직임은 곧 미술사라는 새로운 학문을 낳고, 미술사학자와 미술사 저술이라는 새로운 전통을 탄생시켰다. 그 전통은 15세기 콰트레첸토 이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본격적인 미술사의 역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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