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렇게 생각해
며칠 신경쓰이는 일이 있었다.
사실, 일은 아니고 굳이 알고싶지 않은 일을 알게 되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처럼,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만 쏠려 내 소중한 시간을 축내버렸다.
최대한 타인의 시선이나 생각은 신경쓰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그저 묵묵히 내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수한 열심이 누구가에게는 숫자로 매겨지는 결과라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누구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가?
난, 무엇을 바라며 쉬지도 않고 일하고 있을까?
다들 적당히 하라고 한다.
나도 받은 만큼만 해야지 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가끔 - 아니, 자주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을 한다.
좋은 말로 자진해서 호구가 되어주는 셈이다.
차라리 호구임을 나만 안다면 - 정확히 말해 상대방이 나에게 내가 호구임을 인지 시켜주지만 않으면 -
난 참, 행복한 호구로 일을 할 수 있을텐데.
상대방에 의해서
다시 한 번 알아차리고 말았다.
내가 하라는 대로 모든 것을 다 해주는 - 심지어 잘 해 주는 '호구'라는 걸
내 순수한 열심을 알아줄 거란 기대와 완전히 어긋난 그들의 생각이
그저 나의 '망상'임을 알게 되고선
평온할 주말을 분노와 짜증, 답답함과 우울로 낭비해 버렸다.
오랜만에 참, 원론적인 고민도 많이 했다.
난 왜 살까?
무엇을 위해 살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에 믿을 사람이 있을까?
나와 통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대접을 받으며 일을 지속해야 할까?
이렇게 귀중한 내 시간을 고민과 생각으로 가득채우고 나면,
문득 깨닫는 바가 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대방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
흘러갈 악연에 반응하여 내 마음 다치지 않는 것
너는 너, 나는 나
나의 소중한 시간을 스쳐갈 것들로 허비하지 않고, 뚝심있게 내 시간을 살아야지
내가 호구라도 어쩔 수 없다.
적당히를 모르는데 어쩌겠는가?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한, 난 아름다운 호구로 남겠다.
하고 마음 정리를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
잘 잘 수 있겠다.
오늘 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