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일기
삶이라는 건 참, 어렵다.
바라고 희망하는 대로, 원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매일 매 순간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의문을 품으며 불안감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뭉크의 작품세계를 좋아하는 건 작품에 가득 담긴 뭉크의 불안감에 공감되기 때문이다.
그가 나보다 더 처절하고 힘든 삶을 살았고,
그의 불안감이 일반사람의 불안감 보다 더욱 심했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난 그의 작품을 통해 공감을 받는다.
뭉크의 유명한 <절규>나 <불안>처럼 현재진행중인 불안감이 증폭된 작품을 보면
폭발지경의 나의 불안감이 화산의 용암처럼 들끓는 것을 느낀다.
꾸물꾸물 용암이 예열을 하듯 가슴 속 불안감이 울컥 울컥 목구멍을 짓누른다.
용이 불을 내뿜는기 전 되새김질을 하는 것 처럼.
불안감이 그렇게 한번 최대치로 올라와 뜨거운 가슴을 게어내고 나면
정말 신기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해진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아무일 아닌 듯 넘길 수 있는 그런 평온함이 온다.
그럴때면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오른다.
어딘가 불안하고 불안정한 느낌은 여전한데, 이상하게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마치 불안감이 폭발한 뒤 나의 감정 상태와 닮았다.
바라는 것 없이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일공(一空)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
오늘 밤에도, 나의 밤 하늘에는 뭉크의 별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