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본 Aug 23. 2020

새로운 시작

[인생, 참] 생일

어렸을 때 부터 생일이 싫었다.

조용하고 불품없고 특별하지 않았던 나라서,

친구조차 많지 않아서 왁자지껄한 생일을 보낸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고,

가족들 조차 내 생일을 자주 잊어서 며칠이 지나서야 

"내 생일이었잖아"

라고 하고 넘어가는 날이 다반사다.

내가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누구하나 챙겨주지 않은

일년 중 가장 특별한 날 이지만,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 중 한 날 일 뿐이다.


2020년 생일이 고작 45분 남았지만, 아직도 가족 중 누구도 연락도 없다.

미역국은 챙겨먹었는지, 뭘 했는지, 잘 지냈는지,

그 흔한 축하한다는 말 조차 없다.

그러니 어느 친한 친구가 신나는 생일파티를 해 줘도 그다지 감흥을 느낄수가 없지.


아마, 지금의 이 순간이 작년이라면 난 아마도 거대한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을 것 이다.

타인도 아닌 나 자신을 부정하고, 학대하고, 못난 내 자신을 탓하고 있었겠지.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다르다.


사실, 내 부모란 사람들은 내 자식의 생일보다 주변인 생일에 더 민감하고, 

그들의 생일을 아들 딸까지 나서서 챙겨줘야 하다고 믿는 - 무슨 막대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인 마냥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다.

내 자식의 생일은 그렇게 자주 잊어버리면서도 말이다.

그것이 그들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더이상 원망할 일이 없다. 


나는 다시 태어났고, 새로운 이름을 가질것 이며, 

이전과 달리 나 자신의 주인으로 나를 사랑할 것이며, 누구도 탓하지 않고 

즐겁게 인생을 살 것이니까.

그렇게 마음 먹고 난 후, 나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더이상 우울이 나를 덮치지 않는다.

더이상 눈물이 나를 해치지 않는다.

조금은, 단단해졌을까?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미워하고 내 존재를 하찮게 여긴 내 자신이, 나 자신에게 

"프리지아 꽃"을 선물하며 큰 소리로 말해 주고 싶다.


프리지아 꽃의 꽃말은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 입니다. (사진출처 : 구글)


생일 축하해! 너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작가의 이전글 그 날이 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