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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Aug 15. 2020

그 날이 오면

- 시와 그림

그래피티 작가 레오다브의 작품 (사진 출처 : 레오다브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eodav/)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 훈 <그 날이 오면> -




매해 광복절이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그리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몸바쳐 싸우신 독립군들의 영웅담과 절개, 기개와 충성을 다시한 번 상기시키곤 한다. 과연, 나였다면 그들처럼 몸바쳐 조국을 위해 싸울 수 있었을까? 그들의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럼에도 너무 당연한 이 축복과 자유를 나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곤 한다. 


두개골이 깨어지고, 몸 가죽이 벗겨지더라도 기쁨으로 맞이하겠다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것을 염원하던 그 옛날을 감히 상상도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며 그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위인덕분에> 전시는 광복 75주년을 맞이하여 조국의 해방을 위해 청춘을 바친 독립 운동가들의 초상을 그래피티와 같은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특별한 전시회다. 그래피티 작가 레오다브의 작품에는 청산리 전투와 봉오동 전투의 영웅들인 김좌진, 최운산, 김혁 그리고 홍범도의 얼굴과 그들과 함께 한 이름모를 독립구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위 작품을 포함한 <위인덕분에> 전시는 2021년 5월 31일까지 서울교육박물관에서 열리며, 전시관 바깥 정독도서관 둘레길 담벼락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그래피티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나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다. 
- 백범 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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