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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Aug 09. 2020

비 내리는 센강의 아침

- 시와 그림

클로드 모네 <비 내리는 센강의 아침 (1898)> 캔버스에 유채



괴로운 비 괴로운 비, 일부러 내리는 듯

해도 나오지 않고 구름도 걷히지 않네

보리는 패고 밀은 땅에 쓰러졌는데

돌배와 산앵두만 토실토실

아이들이 따 먹고는 뼛속까지 시다고 좋아한다만

쓰러진 보리 일어나지 않는 것은 누가 알건가


 정약용 <괴로운 비에 탄식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연신 몰아치는 2020년 여름은 야속하다. 산사태와 물난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 끊이지 않는데, 여지껏 세찬 비는 가실 줄을 모른다. 도시고 농촌이고, 산촌이고 어촌이고 어느 곳하나 안전한 곳이 없다. 1801년 여름, 다산이 경험하신 그 괴로운 비를 200여년이 지나 지금, 우리도 겪고있다. 괴로운 비. 일부러 내리는 비. 나오지도 않는 해. 걷히지 않는 구름. 여기저기 쓰러진 보리, 밀. 시대가 바뀌고 강산이 변해도 자연의 강력한 힘에 사람이 옴짝달싹 못하는 건 변함이 없다.


모네는 어떠했을까? 세차게 비내리는 센강의 풍경을 담기위해 일부러 아침마다 저 곳에 나가 비 내리는 센강의 풍경을 눈에 담고, 작품으로 남겼다는 클로드 모네. 폭우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이 시점에서 모네의 작품을 보고있자니 참, 낭만적이다. 비에 불어난 강의 거센 물살과 바람에 날리듯 요동치는 나뭇잎들. 마치 창밖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처럼 운치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고 있었다면 모르겠다만,  물감으로 만들어 낸 포토샵 이미지처럼 이상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지금 여기. 나의, 우리의 현실은? 다산의 시에 더욱 감정이입할 수 밖에 없다. 

제발, 괴로운 비. 괴로운 비. 일부러 내리는 듯한 비야. 이제 그만.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Another Day.

-  바비 빈튼 (Bobby Vint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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