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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Jun 14. 2020

심리상담을 받다

6. 마지막 상담 - 나의 직감을 믿어라!


마지막 상담은 6월 12일이었다. 

후에 더 상담을 받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그렇다.

마지막 상담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 보다,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이야기들에 대해 나누었다.


미완성의 문제 -  관계의 어려움


나는 거절을 못하는 것도 그렇고, 관계를 형성하는 일을 회피하고 어려워한다. 전에 회사를 그만 둔 이유 중 하나도 무엇보다 정치를 하지 못해서다. 일이 많고 내가 생각한 일의 목적과 다른 일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정말 어려웠던 것이 관계였다. 거절을 못하니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어렵고, 흔히 조직 생활이라 하는 그것이 너무도 어렵다. 나에겐. 


석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대기업에 '낙하산'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나는 석사를 하기로 선택하고 그 기회를 거절했지만, 지금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조직 생활을 잘 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에 들어갔다 한 들 나는 결국 오래 못버텼을 것이다. 왜 나는 대체 그 관계를 어려워할까? 심지어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친구가 많지도 않다. 내가 먼저 다가가 나의 이야기를 터놓고 교제하기 보다,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알아주면 그 친구와 오래 교제를 한다. 관계에서 매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것이다. 


특히, 윗 사람 관계에서 더 그렇다.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 그나마 관계에서 어려움이 덜한편인데. 이상하리만큼 윗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내게 어려움 수학문제를 푸는 것 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 대체 왜 그러까? 선생님 말로는 이런 경우는 0세~6세 사이 어떤 문제로 생겨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날이 마지막 상담날이서 이 부분에 대한 상담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후에 기회가 되면 다시 시작해 보고싶다.


불안의 또 다른 원인 - 타인의 기대에 너무 신경쓰는 나


나는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자꾸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껏 아무리 다른 선택지가 있어도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밀고 여기까지 온 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불안하고 나를 믿지 못한다. 내가 해내온 것들도 많은데, 주위 친구들 모두 내가 해내온 것들에 박수를 보내는데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멀었다고 느끼고,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올려다보며 왜 나는 안되는거냐며 자책하고 힘들어한다. 


역사를 좋아해서 일찍이 사학과를 목표로 공부를 했고, 사학과를 가서 조기졸업을 하고 어학연수를 갔다가 1년도 안되서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고, 2년만에 석사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전공관련해서 시작한 그 첫번째 일이 맞지 않아서. 결국 1년만에 퇴사하고 나의 길을 못찾고 있었다. 10년 넘게 한 길만을 달려왔는데, 그것과 관련된 일이 맞지 않았을 때 바로 그때부터 나의 우울은 시작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와 잘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 내가 이거할라고 유학까지 갔나? 하면서....


퇴사 후, 우연히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이 일은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피곤하기는 했어도 내 삶의 질을 저하시킬 만큼은 아니었다. 몇번이고 다시 전공관련 일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도 잘 맞는 일이라서 오랜 고민과 갈등끝에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삼기로 했다. 그래서, 그렇게 잘 맞는 일이라서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그것이 사기로 무너졌을 때 나는 너무도 자책했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 실패로 돌아왔다고. 차라리 그때 대기업에 들어갈 걸. 차라리 그때 미국을 갈 걸. 하면서 과거의 수많은 선택지를 지나쳐 온 나를 자책하고, 나의 잘못이라며 과거의 나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주위에서는 이때가 싶어 그때 왜 그 선택을 하지 않았냐며 닥달하고. 나는 절정의 불안과 분노로 매일을 지옥처럼 살았다. 지난 2년간. 


선생님은 단호히 말하셨다. 

내가 가려는 길 -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지금껏 잘 선택했고 잘 해왔으니 타인의 기대와 목표는 버리라고. 좋아하는 공부를 정하고 그것을 이뤄내고 그래서 지금 여러가지 과목을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모두 내가 그동안 공부하며 얻어 온 자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내가 좋아해서 선택한 것은 기본 이상으로 잘해왔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자신의 직감을 믿고 계속 선택해서 자신을 길을 가라고 하신다. 자꾸만 나의 길을 가면서 정반대인 타인의 기대/목표를 의식하다보니, 가끔 실수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이것에 관대해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처럼, 뒤돌아 보지 말고 앞으로 가는 자에게 복이 있다!


실수는 accient 일 뿐!


그러면서 실수는 어디까지나 'accident'일 뿐이며, 누구나 실수는 한다고 강조하셨다.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이라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는데, 실수해도 괜찮다. 실수는 잘못이 아니다. 그저 사고 일 뿐. 너무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다가 실수하거나 조금 미끄러지더라도 자책하지 말 것! 

그리고 그 실수로 또는 실패로 누군가 뭐라 한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화를 내라고!

누구나 실수는 하고, 실패하지 않는 인간이 어딨냐며. 그쪽이 하라는 대로 한다고 한 들 실패하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다고. 적어도 나의 의견을 말하고, 자기 표현을 해서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다.




단 여섯번의 상담이었지만 조금은 나의 문제를 알고, 나아갈 길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아직 더 알아보고 싶은 문제들도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일도 있지만, 적어도 이제는 나 혼자 힘들지 않아도 되고, 비정상적인 생각과 감정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오랜 감정적인 불안과 문제가 정상이 아님도 알았으니 이를 극복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그동안 무슨 일을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해야할까? 이런 고민들로 시간을 꽉 채우고, 나를 몰아붙혔다. 당장 나는 지금 무슨 기분이지? 오늘은 어떤 감정을 느겼지? 어떤 기분이 들었지?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머리로만 살고, 마음으로는 살지 못했던 나. 자꾸만 이성적으로 합리화 시키려고만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나의 마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한다.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큰 태풍을 몰고오는 것 처럼, 언젠가는 나의 마음의 감정도 숨지 않는 날이 오겠지....? 그때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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