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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Nov 14. 2020

기록 일기_13일차

실력에 솔직해지기

을 꼴딱새고 느즈막히 오후 12시에 일어나 1시간 가량 걸으니 땀이 났다. 비록 머리는 쾡했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은것이 금요일이라서 그런가.(내일도 수업이 있음에도..)

조금 짜증났던건 빨리 밥먹고 출근해야하는데, 급한 마음에 한 수저 크게 뜨면 반은 흘리게 되는 작은 입. 이럴땐 입이 커서 열 수저 먹을거 세 수저에 뚝딱 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신체능력이 너무 부럽다.


잠을 못잔거치고 일할때 기분은 좋았다. 화도 잘 억제하고, 너그럽게 넘기고. 다만 학생 하나가 유독 신경쓰인다. 답을 베껴쓰는데. 이미 알고있지만 대놓고 얘기했다가 다니네 마네 난리쳤다고하여 대놓고 혼내지도 못하겠고(선생은 어쩔 수 없다). 그게 아니라도 그 학생은 잘 보이고싶어 그러는데 자존심깎이게 혼내봤자 딱히 좋을 일 없을 것같아서 베낄수없게 시험작성지를 따로 준비해 거뒀는데. 어쩜 어디서 그 교재 답안지를 다 갖고다니는지 쉬는시간마다 답안지를 보고 답을 다 외워놓는다.


아는척 해봤자 답을 외울 수 없는 실제 시험에서는 무용지물인것을. 연습문제는 틀리면서 이해하는 것인데, 아무리 말을 해도 이렇고. 원장말로는 초등학교때부터 이랬다니... 대체 어디서부터 단추를 잘 못 채운걸까. 내가 원장이라면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또 아이와 상담을 하겠는데. 원장이 모든 상담권을 쥐고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일은 거의없다. 이러다 성적 안 나오면 내 책임? 난 절대 그럴 생각 없지만, 그렇게 나를 몰아간다면 나야 인연을 끊겠지.


일주일마다 보는 시험 성적이 학부모에 전달되는 시스템에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있는게 분명하다. 백점을 맞아야만 부모가 좋아하는 것일까? 내가 상담을 직접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전에는 상담까지 모두 하려나 지쳤는데, 이번에 상담에서 배제되니 돌아가는 사정을 몰라 답답하다.


그저, 난 아이를 불러 써놓지 말라고 얘기하고, 혹여나 기분상할까 다시 칭찬해 줄 뿐이다. 그래서 항상 아이들에게 강조하는것은 다 틀려도 좋으니까 실력껏 풀으라는 것. 모르는 것, 긴가민가 한 것, 찍은  것은 반드시 알고 넘어 갈 것. 틀려도 괜찮다. 대충하지만 않는다면. 진심으로 풀었는데 틀리는거라면 괜찮다고. 거짓으로 맞는 것 보다 좋은 것이라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발전하면 되는 것이라고.


이 학생도 부디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거짓된 백점은 언젠가 다 들통날일이니...솔직해지기를.


수업을 마치고 불금, 맥주 한잔의 여유를 만끽 하는 중이다. 내일, 특강 수업을 끝내고 그동안 보려고 기다리고있던 구미호뎐을 다시 보기하면서 주말을 즐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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