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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Nov 14. 2020

기록 일기 _ 14일차

소소한 행복

토요일, 오전 특강은 유독 힘들다. 보통 오후 늦게 시작해 밤에 수업이 진행되는데, 토요일 특강은 오전에 하기 때문이다. 내게, 오전에 일을 한다는 것은 밤을 새서 일하는 것 만큼 피곤한 일이다. 점심을 훌 쩍 넘겨 일을 끝내고 주린 배를 안고 집으로 왔다. 그러나 바로 무언가를 먹기에는 아직 이른 오후. 일단, 나보다 급한 엄마 고양이 밥 부터 챙긴다. 혼자서는 거의 못-안먹기 때문에 항시 끼니를 챙겨야 한다. 신기하게도 귀찮거나 힘들지 않다. 그저 엄마 고양이가 오래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그 좋아하던 여행도 못가도 좋다. 아직은 구내염만 심할 뿐, 건강하다. 그러니 잘 만 먹으면 좋겠다.


고양이 밥 챙겨주고, 드디어 택배로 받은 온풍기를 작동시켰다. 지지대는 조립을 해야 했는데, 한 번 망해서 다시 풀고 다시 조립했다. 본체를 안끼우고 나사를 돌리니 본체가 덜덜 거리더라. 조립 방법이 매우 간단했음에도 나 같은 기계치는 놓치기 쉽상이다. 제발,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아주 사소한 조립이라도 설명서에 적어주었으면 좋겠다. 한 번 고생했지만 온풍기는 작동이 잘 된다. 뜨근한 바람도 금방 나온다. 부디 전기세만 적게 나와주길 바랄 뿐이다.


온풍기를 켜본 후, 저녁으로 보쌈을 시켰다. 보쌈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청소도 했다. 엄마 고양이 털에 묻은 침들도 물로 닦아주고, 열심히 청소를 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이른 저녁을 먹었다. 맥주와 보쌈! 이것이 행복이다. 그런데 1인분 치고 양이 너무 적었다. 고기를 얼마나 얇게 썰었는지, 회를 먹는 줄 알았다. 그래도 배보르게, 약간 취하게 먹고 있는 와중에 친구와 또 통화를 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통화한 번 하면 오만년이다. 함께 우울증을 겪었고, 또 친구는 지금 우울증을 겪고 있는 상태라 우리는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우울증은 결코 낫는 병이 아니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습관이다. 나 역기 언제 이것이 터질까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평온한 상태인 지금을 즐기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도 통화 후 친구의 목소리가 밝아져서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참 좋은 삶을 사는 것 같다.


맥주 한 잔을 더할까 하다가 어쩐지 한 입까지는 좋겠지만, 그 이상은 못 마실것 같아서 자기 전 가볍게 차 한잔을 마신다. 이번주는 국대주간이라 EPL 경기도 없어서 오랜만에 축구 없이 주말을 잘 수 있다. 경기가 있으면 경기보느라 즐겁고, 경기가 없으면 편히 잘 수 있어 즐겁다. 엊그제 못 잔 것까지 포함해서 오늘은 어쩐지 12시가 되기도 전에 잠에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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