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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Dec 02. 2020

TMI 대방출 _ 2일차

나의 영원한 영웅, 서태지

TMI 하기로 마음 먹은 후, 나에 대한 정보를 내가 캐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게하게 되엇다. 누가 물어보지않는다면 구태여 말할 것 없는 것들. 그나마 학생때는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 만화 이야기를 나누며 쓸데없는 tmi를 떠들어댔지만, 나이를 먹고 일을 하면 '일은 일이요, 동료는 동료일 뿐'이라고,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장황하게 늘어 놓을 일이 없다. 그러다보니 점차 나 혼자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 다반사, 그마저도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팍 식어 버려서 뜨뜨미지근한 상태로 오래 있곤 한다. 


그러다 TMI를 하려고 하니 내가 좋아했던 것이 뭐였지? 내가 관심있는 거, 내가 싫어하는 거 등등 사소한 일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참, 재밌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남이 뭐라하던) 떠드는 것이. 그 중 2일차, 오늘 선택한 나의 정보는 이것이다. 


나는 서태지매니아다. 


1992년 3월, 첫 만남 (나혼자 TV에서) 이 후 줄곧 여지까지 서태지팬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4-5년에 한번 씩 컴백하시는 양반이라 어쩔때는 내가 그의 팬이란 것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산다. 그러나 어디서 그의 이야기나 소식, 하물며 얼핏 스쳐지나가는 이야기속에라도 그가 등장하면 솔깃해진다. 최근 BTS 지민이가 하여가 2집 앨범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에 또 혼자 흐믓 ^ㅡㅡㅡㅡㅡ^ (서태지 25주년 콘서트에서 처음 만난 지민이는 그렇게 내 마음도 뺏어갔다)


초등학교 어린 나이에 서태지를 접하고 그의 팬이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또래 친구들이 H.O.T나 젝키에 열광할 때도 나는 초지일관 서태지였다. 그래서 학교에서 서태지 광팬으로 이름 좀 날렸다. 초등학교때는 구령대에서 교실이데아를 불렀고, 고등학교 때는 그의 컴백을 함께 하고자 그가 김포공항에 들어오던 날 나도 그곳에서 그를 맞이했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기자들때문에 우린 그의 얼굴도 못보고 그대로 헤어졌다) 컴백 공연을 보겠다고 학교를 빠졌고, 표를 못구해 암표를 사서 들어갔다. 사전 녹화 날이면 학교를 중간에 나와 공연 장소로 뛰어다녔고, 콘서트 티켓을 받겠다고 은행앞에서 밤을 샜으며, 시험 당일이 티켓팅 날이라 부모님이 대신 표를 받아줬다. 아빠는 그때, 은행의 많은 학생들이 멋지다며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해 주었다며.... (그래서 지금은 부모님 최애 가수 공연 티켓팅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김포공항으로 컴백 했던 그 (유명한) 모습 - 나도 여기 있었어 .....그리고 공항 모습과 달리 강렬하게 등장했던 그때 (놀라 자빠짐) 

어쩐지 서태지 앨범은 - 아날로그 감성 그대로 - 음반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사야할 것 만 같아서 여지껏 그래왔다. 7집 활동 중에는 내가 아픈 날이 많아서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했고, 8집때는 내가 유학중이었다. 다행히도 막공때 귀국 해 콘서트는 갈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 아직도 아쉬운 건 심포니공연을 직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혼도 아닌 이혼 소식으로 한 바탕 난리가 났을 때, 나는 일하는 중이었는데. 대부분의 서태지팬들이 그러하겠지만, 내가 그의 애인인 듯 수십, 수백통의 문자와 연락이 왔다. 나에게 어쩐 일인지 물어보고, 괜찮냐는 연락이 대부분이었는데. "저도 몰라요. 무슨 일인지. 나는 괜찮아요. 난 그를 '남자'로 좋아한 적은 없어요."


얼떨떨한 경험이었지만, 곧 나는 극복했고, 그의 결혼을 축복했으며 그저 새 앨범을 기다렸을 뿐이다. 다만, 결혼 후 첫 앨범(가장 최근 앨범)은 나랑 코드가 좀 안맞았는데. 아마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소격동'은 정말 너무 좋다. '비록'도 너무 좋다. 


재작년 25주년 콘서트는 정말 환상이었다. 사실, 서태지와 아이들시절엔 내가 초등저학년이었고, 서울에서 멀리 살아서 그를 TV에서만 봐야했다. 그의 출연 영상은 무조건 본방사수, 녹화 필수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가 끊어질 때 까지 수십, 수백본 돌려보았던 서태지와 아이들 콘서트 실황 비디오. 한번도 만난 적 없던 아이들 시절의 그의 모습이 25주년 콘서트에서 재현되었을 때, 옆 사람 아랑곳않고 펑펑 울었다. 참, 이게 뭐라고. 한번도 실제도 본 적 었는 아이들 시절의 그의 모습 - 짜증나게도 그는 왜 늙지도 않는가. 그리고 그를 통해 알게 된 BTS - 특히 지민이. '너에게' 부를 때 흰색 수트입고 춤추던 백조 한마리 같던 지민이를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가끔 25주년 콘서트 영상을 보며 추억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여지껏 새 앨범 소식이 없는 이 사람, 참. 나쁘다.

25주년 콘서트 당시 BTS와 함께 한 무대 (우리들만의 추억이었나? 아마....?)

서태지가 나에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내 삶의 지표라고 말한다. 그의 입버릇처럼 말하던 말들 "그냥, 좋아서. 재밌을 것 같아서" -  이 말들 덕분에 나도 여지껏 재밌고, 좋은 일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내 생계와 관련없더라도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해 본다. 그냥 좋아서 계속 해 본다.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재밌는지, 내가 좋아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 - 이 성향은 100% 서태지 때문이다. (다만, 때문에 생계가 크게 걱정되기도.... 그는 부자인데 왜 난?)

25주년 앵콜콘, 필승 떄였나? (앵콜콘도 두번 다 갔다)

그래도 '도전'해 보는 용기도 알려주어서 고맙다. 남들이 다 만류하는 돈 안되는 공부를 계속한 것도, 아무것도 모른 채 낯선 곳으로 유학을 간 것도 그가 일깨워준 '도전 정신' 덕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나 아티스트, 스타를 넘어서 내게 항상 '영웅'이다. 


지금도 그렇다고 해줘. 그리고 새 앨범으로 어서 돌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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