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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Dec 03. 2020

TMI 대방출 _3일차

나는 울보였다

어린 날의 기억은 사실 많이 남아있지 않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많아서 기억의 상당 부분을 지웠다. 또는 기억해내지않으려 무의식 어딘가로 숨겨버렸다. 그럼에도 기억나는것이 있다면, 참 지랄맞은 울보였다는 것이다.


어느정도냐 하면,

(상대방은 나를 알아도) 내가 낯설어하는 누군가가 내 이름만 불러도, 아는척만 해도 울었다.

낯선 곳에 가면 최소 2-3일은 입구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울었다.

게임을 하다가 지고있거나 잘 안풀리는데 누가 툭 쳐도 울었다.

낯선 곳에서 누가 '엄마'의 '엄'만 말해도 울었다.

억울하고 분해도 울고, 짜증나고 화가나도 울고, 내 생각대로 일이 안 풀려도 울었다. - 아니, 이건 지금도 그렇다.

내 기분, 감정과 똑 닮은 글만 봐도 울고, 감동해도 울고, 슬퍼도 울고, 기뻐도 운다. 아, 진짜 지랄맞게도 잘 운다.


영화나 드라마는 기본이고, 책을 읽다가도 운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랑 서태웅이 환상의 콤비 플레이 후 (처음으로) 하이파이브 한 장면에서 감동받아 펑펑 울었다.

드래곤볼을 보다가 베지터가 마인부우와 자폭할 때도 펑펑 울었다.

빨간머리 앤 책을 읽다가 앤이 아저씨가 돌아가신 후 다시 아주머니와 지낼 결심을 한 장면에서도 눈물이 주루룩

징기스칸 소설 읽던 중 주치가 죽을 때도 펑펑 울었다.


참, 가만히 있다가도 아픈 기억, 슬픈 생각이 떠오르면 눈물이 핑 돈다. 음악을 듣다가도 옛 생각이 나거나, 가슴이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감동 또는 기쁨을 느낄때도 울컥한다.


특기가 무어냐 묻는다면, 우는 것이라고 할 만큼. 정말 눈물이 잘 난다. 그런 울보인데도, 중요한 순간이나 결정적 순간에서는 매우 담대해진다. 그래서 이렇게 나마 혼자 살아가고 있나보다.


아니, 예쁘고 매력적인 얼굴이었다면 배우를 했어야 했나? 그러나 우는 것 말고는 딱히 재주가 없으니 배우는 평생 꿈도 꾸지못할 일이겠다. 그저, 울보임에도 강하게 살고있는 나를 다독이고 칭찬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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