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 보면 의외로 아이가 아닌 내 인생의 깨달음이 되는 순간들이 많다. 어제 새로 주문한 세계동화 전집에 우연히 '돌멩이 수프'라는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원작에 '포르투갈 옛이야기'로 되어있는 걸 보니 아마도 구전되어 여러 가지 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야기의 원석은 어떻게든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이에요.
떠돌이 고양이 레이는 쉴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낡은 오두막을 보게 되었지요.
'저 오두막에서 몸을 녹여야겠어'
레이는 오두막으로 들어갔어요.
"아, 배고파!"
레이는 낡은 가방에서 커다란 냄비를 꺼냈어요.
그런데 오두막에는 레이 혼자가 아니었어요.
레이를 지켜보는 작은 눈들이 있었지요.
바로 생쥐들이었어요.
생쥐들은 여기저기 구멍에서 나와 레이에게 소리쳤어요.
"여기는 우리 집이야. 어서 나가!"
"우리는 너에게 나눠 줄 먹을거리가 없어."
레이는 바닥의 나뭇가지들을 주우며 말했어요.
"걱정하지 마! 난 수프를 끓이기 위해 나뭇가지 몇 개만 필요할 뿐이야."
레이는 우물에서 물을 길었어요.
그러자 새들도 나가와 말했어요.
"여긴 우리 집이야! 어서 가!"
레이는 냄비에 물을 채우며 말했어요.
"난 돌멩이 수프만 끓여 먹고 갈 거야!"
"돌멩이 수프라고?"
새들과 생쥐들은 깜짝 놀랐어요.
레이는 가방에서 커다란 돌멩이를 꺼내
냄비에 넣고 나뭇가지에 불을 피웠어요.
잠시 뒤, 돌멩이 수프가 보글보글 끓자, 레이는 수프를 한 모금 맛보았지요.
"음, 맛있어! 여기에 소금 한 움큼만 넣으면 더 맛있겠는데..."
그러자 한 생쥐가 말했어요.
"다락방에 소금이 있어. 내가 가져올게."
레이는 생쥐가 가져온 소금을 돌멩이 수프에 톡톡 넣었어요.
그리고 다시 수프 한 모금을 맛보았어요.
"음, 맛있어! 여기에 당근이나 파슬리 같은 채소를 넣으면 더 맛있을 텐데!"
그러자 새들이 말했어요.
"우리가 채소를 찾아올게!"
레이는 새들이 가져온 채소들을 탁탁 썰어서 돌멩이 수프에 쏙쏙 넣었어요.
레이는 다시 수프 한 모금을 맛보았어요.
"음, 맛있어! 여기에 치즈를 넣으면 정말 맛있을 텐데!"
그러자 통통한 생쥐가 말했어요.
"치즈라면 내게 있어. 얼른 가져올게!"
통통한 생쥐가 노란 치즈를 들고 왔어요.
레이는 노란 치즈를 돌멩이 수프에 넣었지요.
레이는 수프 한 모금을 맛보더니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모두 숨죽여 기다렸어요.
그리고 마침내 레이가 말했어요.
"우아! 정말 맛있어!"
생쥐들과 새들은 돌멩이 수프를 먹기 위해 줄을 섰어요.
마치 축제 날 같았지요.
"우아! 정말 맛있는 수프야!"
생쥐들과 새들은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껏 맛본 적 없는 아주 맛있는 수프를 먹으면서요.
최근 개인적인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면으로부터의 변화라고 해야 할까. 혼란해진 나를 기준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근본부터 변하는 노력을 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최근 3년의 커리어도 정리할 순간이 되었다.
'대체 뭘 했던 걸까?'라는 질문이 내 안에 남았었다. 이전에 어떤 글에서는 아마도 지저귀는 새라고 생각했다. '무대에 올라가 없는 사실에 대해 있다고 말하고 본인도 믿어야 하는 새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
'아무것도 안 한 것과 뭐가 다르지?'
긴 여정을 정리하며 만난 동료들에게는 큰 위로를 받았다. 내가 해왔던 일이 의미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는 따뜻한 동료들은 모두 '섬세함'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존재하지 않는 일에 대해 비전을 이야기하고 섬세하게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 본질이었다. 동료들에게 받은 위로는 나를 단단하게 해 줬지만 근본적으로 대체 이런 일이 무얼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돌멩이 수프 (Sopa de Pedra)'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관점이다. 그렇지. 처음부터 가치 있는 것은 없다. 누군가는 돌멩이는 맛있는 수프가 될 거라며 이야기해야 하고 그 근처로 가치가 모여들고 섞여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그게 현실이다. 최근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상자가 있다고 하자(AI). 그러면 당신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
모든 것이 열린 지금의 시대에는 결국 무엇을 만들지 꿈꾸는 레이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