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어떤 빛깔로 다가오는 걸까

by 시크매력젤리

낮잠도 자고 텔레비전도 보면서 여유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느닷없이 화장실에서 '쿵'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야' 깜짝 놀라며 화장실문을 열었을 때 남편은 신음소리와 함께 피를 흘리며 욕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대변을 보러 갔던 남편은 계속 어지럽다는 소리를 하며 볼일을 보고 있었던 터였다.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잃고 그대로 옆으로 떨어진 것이다. 오른쪽으로 떨어지면서 어디에 부딪혔는지 불분명하지만 이마가 찢어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몸을 떨며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내길래 아들에게 119를 부르라고 했다. 십여분 뒤 구급차가 도착했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로 갈 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CT도 찍고 혈압 혈당 체크까지 다 했으나 별 이상은 없었다. 의사의 소견은 탈수로 인해 쓰러졌다며 수액을 투여했다. 찢어진 이마는 봉합처치를 받았다.


보호자 대기실에 있는 동안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로 도착했다. 심정지환자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응급실을 이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환자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될지 모른다는 불편함을 안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심정지 환자는 93세 어르신이었다. 이미 멈춰버린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 40여분을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한다. 그 뒤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환자가 워낙 고령이고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의사는 가족들을 불러놓고 연명치료를 계속할 건지 묻고 있었다. 약물을 투여해도 심장이 느리게 뛰고 있다며 빨리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설명했다. 모여있는 가족들은 서로 난처해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사는 연명치료 거부가 나쁜 게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한 뒤 의사는 마지막 인사를 하라며 가족들을 응급실로 모이게 했다.

옆에서 계속 듣고 있었던 나는 '한 생명이 떠나는구나'하는 생각과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령이라 의식도 없는 환자가 연명치료를 받게 된다면 아프고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시게 내버려 두는 것 또한 죄짓는 것 같은 가족들의 심정도 느껴졌다.


남편은 치료가 끝난 뒤 멀쩡하게 두 발로 응급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휴일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고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었다. 대기실에 있으면서 들었던 심정지 환자에 대해서 남편과 이야기했다. 우리도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놓자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해야만 아픈 본인도 생명에 대해 배려받는 것이고 남아있는 가족들도 배려받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일 남편의 응급실 소동으로 한 생명이 꺼져가는 과정과 그 가족들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삶과 동행하는 죽음은 어떤 빛깔로 다가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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