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by 시크매력젤리


올봄에는 유독 바람이 많이 불어온다. 어루만지듯 불어오는 게 아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을 춘다. 바람이 얄궂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알면서도 마음엔 미움이 자리 잡는다. 마음을 비우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한 없이 흔들린다. 부딪치며 나뭇잎을 떨구고 가지가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나를 한 번 더 정돈한다.


숨을 크게 내쉬어본다.

세찬 바람에도 끄떡없는 무성한 나무로 가지를 뻗친다. 어서 오라고 손짓도 해 본다. 사람들에게 시원을 그늘을 만들어 휴식을 안겨준다. 한 없이 흔들려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다.


바람은 나를 흔들어대도 무성한 초록잎을 발산한다. 내리쬐는 햇살에 싱그러운 잎사귀를 뽐낼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은 나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나무로 여기에 이 자리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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