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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n 02. 2022

빛을 한가득 눈에 담는 중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한 달 전, 싱가포르에 처음 왔었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저녁에 여유를 가지고 야경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저녁에 귀가하긴 했지만 이미 지쳐있었고 매번 숙소를 향해 바삐 걷고 있었다. 밤에 보면 그게 야경 아닌가, 내 안전이 먼저라는 굳은 마음으로 지냈다. 무서웠던 이유는 다채로운 문화를 한 번에 받아들일 깜냥이 되지 않아서다.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유독 이곳에서 먼지가 된 기분으로 다녔다. 길마다 휙휙 바뀌는 색깔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기꺼이 살펴볼 수 없이 무서웠다. 그동안 얼마나 무지하고 좁았나, 하는 문장이 걸음마다 매달려 자꾸 숙소 침대 위를 향하게 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와 다음날 아침에 가는 일정으로 다시 이곳에 왔다. 세상에, 그때는 왜 제대로 못 봤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곳곳에서 노래가 들려오고 별 하나 볼 수 없이 수많은 조명이 반짝인다. 앞으로만 향하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양 옆을 살펴보았고 왠지 걸음에 힘이 담겼다. 뜻밖의 여정이라 그런지, 내가 조금 변했는지 아직 내세울만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그저 빛으로 가득 찬 강을 바라보며 이제라도 눈에 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만 할 뿐.


내일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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