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지만 내 마음 같지 않아서

발 딛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by 피베리


내가 좋아하는 곳은 남들도 좋아하는 곳이다. 그래서 공간 월세도, 이용료도 다른 곳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또 그런 이유로 이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작은 공간을 얻어 구석구석 꾸밀 수밖에 없다. 디자인을 신경 쓰는 만큼 의지가 대단해 보인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통로의 높이가 낮으면 거기에 우스꽝스러운 닭 인형을 붙여놓을 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다. 미닫이인지 여닫이인지 알 수 없는 곳에 문 여는 방향을 그려놓는 다던가, 구경하다가 잠시 쉴 수 있게 의자를 둔다던가. 가장 높은 층에 물 주전자와 컵을 두어 꼭 커피를 주문하지 않아도 되게 한다던가 하는 세심함이 발길을 끈다. 결국 이곳에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히 자리 잡고 앉을 수밖에 없다.


이 나라의 특색이라고 생각한 생김새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어우러진 거리는 바이크나 택시를 잡아타지 못하게 만든다. 건물을 구경하며 걷다 벽 한편에 쓰인 메시지를 읽고, 그 옆에 낮은 의자를 둔 가판대를 보다 보면 금세 숙소에 도착한다. 숙소 근처에는 이미 몇 번 드나든 편의점, 에너지가 바닥일 때 갈 패스트푸드점, 조깅하면 좋겠다고 상상만 여러 번한 공원이 있다. 5분만 걸어가면 19세기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이 있고 여러 서점이 줄지어 있다. 중간중간 실패할 수 없는 반미 집까지 더해져 있으니 이 편안함을 꼬옥 붙잡고 싶은 마음이 자꾸 커진다.


서울을 갈망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인가? 이걸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여전히 자연보다 도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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