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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n 15. 2022

구글맵 안에서 속절없이 움직이는 나의 위치

지나고 나면 에피소드 | 나의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저녁에 친구를 만난다. 얼마 만에 만나는 건지 너무나 설레는 마음으로 미라클 모닝도 즐겁게 해냈다. 다시 잘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어나 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여전히 오늘도 날씨가 좋아서 별거 아닌 풍경이 아름답게 보였다. 매일 돌아다니던 곳을 조금 벗어나 보기로 했다. 베이글을 먹고 힘을 내서 주변 복합공간 두 곳을 들르는 게 가벼운 계획이었다. 또, 바이크가 아닌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지.


버스 타는 건 익숙하다. 버스에 올라타 자리 잡고 앉아있으면 표를 주러 오는 직원이 있다. 돈과 버스표를 교환하고 나서 마음 놓고 있을 때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아니면 조금 졸았던 때부터? 틈틈이 구글맵을 통해 나의 위치를 확인했다. 꽤 거리가 있어 조금만 눈을 감았다 뜨면 될 것 같았다. 잠시 마음을 놓아서 그랬는지 화들짝 놀라며 휴대폰을 보니 내려야겠다고 생각한 목적지를 막 벗어나고 있었다.


내려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며 문 앞에 서있었지만 기사님의 앉아있으라는 무심한 말을 듣고 얌전히 다시 앉았다. 창밖을 보니 한동안 버스 정류장 같은 건 보이지 않을 풍경이 펼쳐졌다. 고속도로인가? 조금 지나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생각을 멈추었다. 갈 때까지 가봐야겠다, 는 정신 승리를 하다가 누군가 문 앞에 서길래 나도 타이밍 맞추어 같이 내렸다. 어느 대학교 앞이었다.


탈것 같은 햇볕 아래 오래 서있을 수 없었다. 어플을 켜 바이크를 바로 불렀다. 프로모션 쿠폰을 적용하니 흔히 치르는 외국인 비용 혹은 멍청 비용 치고는 괜찮은 가격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에 선 바이크에 올라탔고 ‘여름 성경 학교’가 떠오르는 뭉게구름을 바라봤다. 적어도 어제 같은 기사님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내가 자리를 잡았는지 확인하고 출발할 때부터 마음이 괜찮아졌다.


어느 때보다 일찍 외출한 덕분에 가보고 싶던 곳은 다 들를 수 있을 것 같다. 숙소에 갈 때는 버스에 타볼까 한다. 잘못 내려봤자 도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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