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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n 23. 2022

전업주부가 왜 이렇게 바쁘냐고요?

생각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전업주부가 하는 일이 뭐가 있냐'는 문장을 미디어, 누군가의 입을 통해 직접 접했을 때 당혹스러웠다. 전업주부인 우리 엄마는 항상 바빴기 때문이다. 아빠의 출근시간에 맞춰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우리 집에서 식사 한 끼, 더군다나 아빠가 자리하는 자리는 다른 날보다 신경 써야 한다. 아침에는 일하러 가는 사람 거슬리지 않게, 퇴근하고 나서는 힘든 일 하고 온 사람 보상해줘야 한다고 했으니까.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설거지를 비롯해 청소기 밀고 빨래를 넌다. (아빠 직업 특성상 빨래를 매일 해야 한다.)


하루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이불을 교체하거나 곳곳에 높인 카펫이나 발판 상태에 따라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그러고 나서 냉장고나 서랍장에 있는 식재료, 생필품 등이 떨어졌는지 확인해 각각 언제쯤 사야 하는지 시기를 따지고 채워 넣는 것도 엄마의 일이다. 게다가 주택인 우리 집은 마당을 쓸고 화단을 정리하는 일까지 해야 한다. 엄마와 아빠의 취향으로 채워 넣은 장독대를 관리해야 하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살림살이를 돌아보는 와중에 엄마를 찾는 이들에게 답장해야 한다. 엄마는 잘 모르지만 사람을 끄는 구수하고 다정한 매력이 있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을 상대한다.


여기에 행정 업무가 더해진다. 자동이체 걸어둔 세금이 제 날짜에 잘 빠져나가는지, 얼마나 나갔는지, 아빠 사업자등록증에 따르는 잡다한 비용에 가끔 찾아오는 주차 벌금까지 처리한다. 최근에는 계약 만료를 앞둔 아빠 작업장을 새로 알아보느냐고 하루 한두 시간씩 땡볕 아래 걸어 다니기도 했다. 내 병원 투어 픽업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30년이 넘게 보내고 있다. 오롯이 우리 집안 일만 해도 이 정도인데, 시댁을 혼자 다니며 할머니를 씻기고 반찬을 해갈 때는 어땠겠는가. 한 여름 가스레인지 앞에서 반찬과 국, 잡채를 하던 풍경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요리라는 게 저렇게 고통스러운 거구나 하고 생각한 때였으니까. 


전업주부 '도' 바쁘다. 그리고 혹여나 이런 일상을 보내지 않더라도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자신의 일이 너무 힘들다는 걸 굳이 같은 일 하지 않는 상대에게 뻐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안일에 대해 아무렇게나 말하며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본인이 자신의 일만 할 수 있다면, 주변에 어떤 이들이 그걸 대신해주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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