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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n 27. 2022

나를 위해 하는 일

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엄마는 동생 생일에 방문하겠다고 말했고 동생은 거절했다. 

엄마는 생일을 직접 챙겨주고 싶다고 말했고 동생은 힘겹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엄마는 굳이 동생 집에 들러 챙겨주고 싶다고 했고, 동생은 바쁘다며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전달하는 어감이 어떻든 어쨌든 엄마는 동생 집에서 미역국을 끓여 주고 싶다고 했고, 동생은 그런 엄마를 마중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불편해 오지 말라고 했다. 2교대 근무를 하는 동생에게 엄마의 방문은 불편한 일이다. 아, 불편한 일이라는 건 동생에게 이입한 내 생각이다. 무엇보다 동생은 나와 달라서 엄마의 제안을 '거절'하는 일이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써야 했을 것이다. 스스로 짊어진 적 있는 짐이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가만히 있다가 다가오는 생일 선물을 고르는 일이었다. 또, 주변에 서성이다 쓸데없이 그 짐이 커지지 않게 이상한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엄마에게 무슨 미역국을 직접 가서 끓이냐며 한 마디 하고야 말지.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사는 일은 어렵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기준'으로 두는가가 서로 다르다.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부딪히는 건 같이 살아도 실행하기 힘들고. 다 말하는 것도 부산스럽게 느껴진다. 


비언어적 행위로 보여주는 일이 그나마 쉽다. 전에는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하지 않았던 일을 한다. 같은 공간에서 살지만 나는 내 이런 모양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여주기 위해 루틴을 보인다. 나를 위해 하는 행위를 부러 과장해하기도 한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쓰고 책을 읽다가 밥을 먹는 것. 음악을 틀며 나갈 준비를 하다 보면 오랜만에 같이 사는 데 적응하는 시간이 하루 이틀이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집에 있지 않으면 더더욱 그 적응이 빠르다. 


빠른 적응을 위해 일어나 글을 쓴다. 나를 위해. 이전처럼 주변을 바꾸지 않는다. 나를 위해 하다 보면 바뀌어 있을 무언가를 위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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