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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n 29. 2022

오늘부터 장마래요

쓰기 시작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에어컨을 마음껏 켜지 못해 선풍기 타이머를 맞춰놓고 잔다. 문제는 타이머가 다 할 때마다 깬다는 것. 타이머를 맞추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계속 틀어놨다가 선풍기가 어떻게 될까 큰 마음먹어야 할 수 있다. 선풍기를 오래 틀어두면 산소가 부족해져 죽는다는 잘못된 사실을 오래 듣다 보니 생긴 불안이다. 산소 부족이 아니라 저체온증을 인지하지 못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진즉 확인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 커서야 알았다. 하지만 오늘도 결국 타이머와 함께 중간에 한 번 일어났지.


눈 뜨니 빗소리와 함께 습한 공기도 가득 들어차 있다. 언젠가부터 6월 말에 장마가 시작되었더라? 생각하다 보니 창밖으로 부모님이 함께 우산 쓰고 걸어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출근하는 아빠를 엄마가 배웅하는 모습.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아빠는 아마 오늘 예정했던 일정을 반의 반도 못한 채 월말에 필요한 행정 업무나 수치를 재고 오는 일 정도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저녁 7시 딱 맞춰 퇴근하겠지. 아주 어릴 때, 나는 아빠를 공무원으로 의심(?)했을 정도로 3n년간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은 저녁 7시, 토요일은 오후 4시에서 5시, 일요일 출근했을 땐 대중없이 급한 일을 처리했었다. 현재는 주로 5.5일 스스로 근무한다.


사실, 그는 성실함을 타고나지 않았다. 오롯이 살기 위해 길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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