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베리 Jul 21. 2022

나를 구한 온라인 연결

되짚어 보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베트남 하노이에 한 달 정도 머물렀다. 이번뿐 아니라 이전 여행지에서도 갖은 핑계를 대며 생각한 것보다 긴 시간 늘어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를 보며 산책을 미룬 순간이 쌓여갔다. 중간중간 비우고 정리할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그래서 5월 끝자락 한밤 중 미라클 모닝과 같은 모임을 찾아 결제했다. 내 인생의 많은 도전 대부분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아득한 밤에 만들어진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무기력의 원인을 찾는 것보다 우선 잘 알지 못하는 흐름 안에 들어가 보는 게 낫다. 


무심코 본 달력에 '05:00 미라클 모닝'이 쓰여있었다. 내가? 미라클 모닝을 신청해뒀던가? 집에 가만히 앉아 있었을 때도 일주일 정도 손가락으로 콕 찍어 맛만 봤던 거였다. 그런데 갑자기?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기 위해 일찍 끈 방 불을 다시 켰다. 책상 위가 어지럽다. 언제 뒀는지 모를 각종 영수증과 공항을 오가며 사용한 서류 같은 것들을 정리했다. 몽롱한 상태에서 사용할 노트북, 아이패드를 세팅했고 이참에 여기저기 걸려있던 옷가지도 캐리어에 정리해 넣었다. 


그러고 보면 매년 새해 다짐을 하고 한 두 달이 지나면 쳐다보지도 않는 패턴이 있었다. 게다가 연말과 새해 즈음 구석구석 청소하던 때도 있었지. 이번에는 6월을 기점으로 나만의 새해를 맞이한 기분이 들었다. 꿈같은 첫날이었다. 한창 더웠던 날들을 뒤로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희한하게 날이 좋으면 그 순간이 꿈결처럼 느껴진다. 물론, 잠이 덜 깨기도 해서 그 순간이 더 좋게 느껴진 거겠지.


저녁엔 운동 인증 모임이 있었다. 평소 팔로우해두었던 '원더'님이 호스트로 있어 스토리 보다가 스르륵 신청해두었다. 전혀 모르는 다른 참가자와 프로그램 지원 동기를 나누다 보니 잠시 지쳐있다고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그 기분을 안고 운동하는데 기분이 상쾌해 무리하고 말았다. 여행을 핑계로 늘어져있던 일상을 팽팽하게 만드는데 큰 일조를 했다. 그렇게 주 4회 최소 15분 인증해야 해서 거의 매일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 쓰던 부위를 야무지게 활용할 때다...!


여행 중간중간 가라앉는 나를 구한 건 온라인을 통해 연결된 모임들이다. 와글교, 영산매, 윌로 핏, 미라클 모닝 그리고 아침 독서 모임까지. 여기에 가끔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니 숨통이 트였다. 피로감은 더해졌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다는 확신, 변하는 환경 속 단단히 버티게 하는 것들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지켜내고 싶다. 종종 그것들이 잠깐 사라지더라도 그 시간마저 잘 보낼 수 있도록. 그렇게 있다 보면 또다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조직 내 동료와 분명하게 소통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