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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22. 2022

시작해볼 만한 하루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가족이 집을 비워 혼자 집에 있던 날. 혼자 있는 날이면 안방 침대를 차지한다. 예전 침대는 슈퍼싱글이라 아무도 없을 때마다 너른 침대에 폭 뛰어드는 게 작은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그 기분이 어딘가 깊이 새겨져 있는지 침대가 똑같이 퀸으로 바뀌었음에도 혼자 있게 되자마자 안방으로 향했다. 게다가 그날은 무더위가 한풀 꺾여 선풍기도 켜지 않은 채 선선한 여름밤을 오롯이 느끼며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술 한 방울조차 먹지 않고 막 잠들려는 그때, 왜 이렇게 더운 거죠?


혹시 전기장판 같은 게 틀어져 있는지 한 번 확인하고, 다시 누웠다. 그러다 결국 선풍기를 틀고 말았다. 그건 바로 사계절용 침대 커버 때문이었다. 커버는 부드럽지만 체온과 만난 커버는 나를 더욱 뜨겁게 안아줄 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빠는 도대체 이 커버 위에서 어떻게 잠드는 건지 궁금했다. 아빠는 몸에 열이 많고, 반주를 즐기기에 선풍기를 틀어도 그 열기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 돌아오자마자 물어봤다. 


대체 저 커버 위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자고 일어났어?


아빠는 큰일이 아니라는 듯 덥긴 하지만 그냥 지냈다고 했다. 엄마는 그렇게 덥냐며 단 한 번도 여름용 커버를 따로 살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날부터 엄마는 여름용 커버를 알아보더니 동네에 있는 이불집에 가 구매해왔다. 1+1처럼 내게도 여름용 커버가 주어져 선풍기를 틀고 자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꽤 선선하기도 하고.) 아빠가 덥다고 말하는 빈도도 줄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오늘 아침도 쾌적한 하루를 시작했고, 25분짜리 요가 스트레칭을 해도 더위가 끈적이며 달라붙지 않는다. 금방 털어낼 수 있어해 볼 만하다고 느낀다. 다만, 자주 흐려서 맑은 하늘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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