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갔던 싱가포르

기록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by 피베리


여전히 속도가 맞지 않는 치앙마이를 견디지 못한 나는 제일 바빠 보이면서도 가까운 싱가포르로 향했다. 넷플릭스 채용공고에 지원하면 화상면접을 보는 곳, 싱가포르 지점. 이곳에 가면 넷플릭스 일터 근처를 가봐야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정말 대표하는 음식이나 관광지 이런 거 하나도 알고 가지 않다니 지금 생각해도 내가 너무 재밌다. 흥미로운 지점이 생기면 그것만 상상하며 발걸음 옮기는 거 이 정도면 타고난 재능 같다.


태국에 들어설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 탁 트인 공항, 조금 더 걸어가자 익숙한 폭포(?)가 보인다. 심카드나 환전 이런 걸 생각도 못한 채 한참 폭포 앞에 앉아있다가 돈을 조금 뽑고 교통카드만 구매했다. 공항 내 심카드는 모조리 한 달짜리로 무슨 용기가 생긴 건지 숙소에 가면 해결될 것 같았다. 택시에 올라탔고 기사 아저씨는 유쾌하셨다. 이것저것 설명해주셨는데 생각나는 건 싱가포르에 처음 왔다고 하니 혼자 돌아다녀도 안전할 거라는 얘기였다.


첫 번째 숙소는 호스텔이었다. 분명 맞게 왔는데 숙소가 보이지 않아 기사님도 건물이 빼곡히 들어찬 거리 한쪽을 뚫어져라 보셨다. 혼자 찾는 게 편할 거 같아 대충 저기 있는 거 같다고 말한 후 기사님을 보냈다. 두 식당 사이에 있던 호스텔 입구를 겨우 찾았고 반가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었다. 나를 맞이한 건 계단이었다. 이 계단은 내 계산에 없었다. 폭이 좁은 계단에 끌고 가야 할 23킬로짜리 캐리어를 쓱 쳐다봤다. 버릴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막에 때려박는 매미들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