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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27. 2022

고막에 때려박는 매미들의 대화

기록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조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밥만 먹고 올라와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좋지만 이곳은 일터니까. 그래서 회사 앞 학교 안에 있는 한 벤치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었다. 처음은 좀 어색했는데 나무 냄새가 물씬 나서 좋다. 무엇보다 오롯이 혼자가 아닌 점이. 오가는 차와 사람들을 구경하고, 고막을 때리며 뜰어오는 매미 소리.


읽고 싶었던 글을 좀 읽다가 어제 친구와 통화한 기억을 곱씹어 본다. 그 중 ‘함께 했던 흐름 중 1장이 끝났다’는 의미의 문장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의 다음은 또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각자의 집에 무사히 돌아온 것에 안도를 느낀다. 별 일 없이 무탈하게 존재함이 그때그때 얼마나 어렵고 또 소중한지.


오늘부터 몇일 간 집에서 온전한 내 시간을 갖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피로했던 내 몸과 간에게 쉼을 선사하려 한다. 부디 오늘은 도시락 준비 미리 하고 잠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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