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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26. 2022

두 금쪽이의 외출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얼마 만인가, 아빠와 나만의 외식. 그동안 아빠가 관심 있어하는 낚시나 야구에 대해 묻다 보면 훌쩍 지나가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아빠는 낚시를 가지 않았고, 야구를 얘기해도 딱히 반응이 없는 것이었다. 왠지 평소 내가 야구를 보지 않기에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필 그날 간 곳이 사장님 한 분이 운영하는 식당이라 반찬 세팅부터 시간이 좀 걸렸다. 두 눈알을 도로록 굴리다 30여 년 만에 이사한 아빠 사무실에 대한 소감을 물어봤다. 이때부터 스스로의 자질을 평가했는데 시작하자마자 평가가 불가능했다.


“그냥… 처음엔 이상했지. 지금은 괜찮아."


“아… 그래?”


정말 희한하다. 전에는 묻지 않던 얘기도 구구절절 이어가던 아빠였는데. 대답 직후 아빠의 시선은 저 멀리 향했다. 가게를 둘러보아도 써먹을 만한 소재가 보이지 않는다. 테이블 몇 개와 잘 알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인 TV뿐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봤다.


우선, 그냥 먹기 시작했다. 간간이 반찬 맛있다, 와 같은 말이 튀어나와 반찬 그릇을 맴돌았다. 소주 한 병에 맥주 한 병, 맥주 두 병… 그러다 친구들과 여행 중이던 엄마에게 전화했다. 운전해서 잘 갔는지 안부를 주고받은 후 아빠에게 넘겼다.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아 들더니 엄마에게 오늘 하루를 모조리 공유했다. 어딜 가서 일했는지, 점심에 뭘 먹었는지 이런 걸 말이다. 나는 아빠 일과를 공유하기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었나. 물론, 이 부분은 나도 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동생에게도 전화할까 하다가 혼자 오롯이 겪어 내기로 마음먹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후식을 시켰다. 그런데 그때 TV에서 야구 중계가 들어왔다. 바로 아빠의 연고팀 타이거스와 나의 연고팀 이글스. 이상하게 야구를 챙겨보지 않지만 이글스와 타이거스가 맞붙으면 괜히 열을 내고는 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TV로 눈이 향하기 전 모바일로 경기 스코어를 확인했을 땐 분명 이글스가 앞서고 있었는데 1분도 안 되어 타이거스가 앞서고 있지 않은가??!!!


아빠는 그때부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말 그대로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화르륵 열을 내기 시작했다. 아빠는 ‘어차피 타이거스가 역전승한다’는 문장을 다른 말로 여러 번 말했다. 이 와중에 내 옆쪽에서 그 기세를 이어받았는지 이글스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가짜 같았던 마음이 진짜처럼 변모해 맥주를 한 병 더 가져왔다. 후식의 마지막을 비웠고 마침내 맥주까지 바닥내고 나니 집에 갈 때가 되었다.


오는 길과 다르게 아빠는 집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야구 얘기를 했다. 어떤 지점이 달라졌고, 또 어떤 지점이 아빠의 마음(이라 쓰고 입이라고 읽음)을 건드렸는지 모르겠다. 어쩐지 놀리고 싶어 졌을까? 그렇게 쓱 말을 섞는 게 가장 편안한 방법일까? 이런 물음을 떠올리다 보니 역시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이렇게 닮았고, 결국   금쪽이가 되었다. 오은영 선생님이 우리 둘을 봐도  닮았다고 하실  같다. 부녀 관계보다 금쪽이 동료로 지내는  괜찮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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