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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16. 2022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짧은 여행은 설렌다. 가기 전부터 이미 많은 것들을 정해두었고 큰 변수가 없는 한 무사히 돌아올 거니까. 버스를 타는데 비행기 타는 기분이 들었다. 안전벨트의 방향이 원래 이랬나? 하며 의자 손잡이 아래쪽에 있는 충전코드에 충전선을 꼽았다. 눈을 뜨니 도착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창문에 붙은 빗방울을 보니 정신이 차려졌다. 요즘 같은 때 날씨 확인도 하지 않고 오다니 그저 신나기만 했구나 싶다.


가랑비를 맞으며 친구 집에 겨우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가 반가운 건 당연했고, 친구의 집은 너무나 포근했다. 대부분 흰색인데도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곳곳에 친구가 사고 신경 쓴 게 분명한 것들이 있었다. 친구가 연휴가 본가에 가 있는 사이에 내가 하루 이곳에 묵게 되었다. 덕분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노닐다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니 친구가 켜 두고 간 불빛이 반겼다. 씻고 나와 맥주와 컵을 내어두었고 아직 가시지 않은 여운을 카톡으로 나누었다. 한참 웃다가 다른 친구가 마무리 인사를 전하며 우리의 남은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했다. 어쩐지 잠들고도 싶지만 빨리 잠들고 싶지 않았다. 침대에 눕자 버석거리는 이불이 마음에 들었다. 유튜브를 조금 보다가 팟캐스트를 켰다. 중간에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옆집이었다. 택배인가 싶었는데 한참 그 집의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렀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귀 기울이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없었는지 반응하지 않았고 왠지 안심이 되어 다시 까무룩 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떠져 친구가 준비해둔 요구르트와 사과를 꺼냈다. 블루베리 잼까지 얹어두니 이만한 아침이 없다. 넷플릭스 영화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어떤 에어비앤비보다 좋은 공간이었다, 라며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그 이상이었다. 우리가 서로 안 대학 때는 각자의 취향조차 잘 몰랐을 때였다. 지금 친구 그 자체인 이 집에서 머물 수 있는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으면서도 신기했다. '기특하다'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친구가 멋있어서 참 고마웠다. 앞으로도 종종 친구들을 통해 뜻밖의 기쁨과 행복을 맛볼 것 같은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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