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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17. 2022

할까 말까, 하고 만다

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취소할까 말까 몇 번을 고민했다. 한 회차를 날려도 크게 상관없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런 마음을 꼭 쥔 채 버스를 탄 채 어플을 들락날락거렸다. 그런데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집에서 두부 몇 개를 먹고 나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만하면 오늘도 해볼 만하다. 결국 자리 잡고 앉아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지난 수업 때 함께 했던 수강생도 있었다. 


첫 주보다 알아듣는 용어도 생겼다. 똑같은 동작이니까 잘 해낼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같은 기구로 다른 운동이 이어졌다. 하지 못하는 상태를 너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한 번을 해도 거울 속 내 자세가 선생님이 읊는 모양새와 같은지 확인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여전히 숨을 들이쉬고 내릴 때 시작되는 운동이 익숙하지 않다. 숨 찾다가 숨이 찬다.


시간은 금방 흘러 한 시간이 다 되었다. 선생님의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들리는 박수소리는 온몸의 힘을 풀리게 만든다. 왠지 굽히면 그대로 주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다리에 힘주어 걸었다. 필라테스 하고 나서 유산소 운동을 해볼까 했지만 겨우 씻고 그대로 책상 앞에 스르륵 앉았다. 반가운 택배를 정리하며 별거하지 않았는데 잘 시간을 알리는 시계를 한 번 본다. 


오늘도 갈까 말까 고민한다. 그러다 기어코 다녀와서 시계를 바라보는 게 인생이라면? 꽤 괜찮지. 오늘은 운동 후 유산소 해봐야겠다. 이렇게 몇 번 새겨내고 나면 5분이라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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