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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18. 2022

결국 나를 위한 글쓰기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이 있다. 학기제로 진행하는  임을  학기째 참여하고 있다. 지난 학기는 여행, 혹은 생각나는 글감을 위주로 썼다. 이번 학기 주제는 ‘아빠. 나는 오랜 시간 아빠를 미워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썼다.  정성스럽고 촘촘하게 미워해서 어느 지점이 되자  사람을 사랑해서 미워하는지 그저 화를 내고 있는 것뿐인지 구분할  없어졌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함께 살게  기념(?)으로 그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전에도 종종 아빠와의 에피소드를 글로 남긴 적이 있다. 하지만 항상 화가 나거나 뭔가 풀리지 않은 깊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글 자체를 길게 이어나가기 어려웠다. 아빠와 연결된 지점을 분명히 바라보기엔 감정이 앞섰다. 그래서 도대체 나는 왜 그에게 이런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에 대할 때 드러나던 뾰족함이 많이 사라졌다.


마지막 글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아빠란 사람이 언제부터 한 풀 꺾였는지에 대해 문득 떠올렸다. 대충 초안을 짤막하게 써두었다. 다 읽은 책 필타를 하고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를 한 편 볼 생각이었다. 필타를 하고 나자 문득 메모해 둔 글이 생각나 켰고, 한참 쓰다 보니 A4 용지 네 쪽의 분량이 나왔다. 시간은 이미 10시를 훌쩍 넘어 1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잠을 잘까, 영화를 볼까 했지만 잠을 택했다. 근육통을 안고 있는 몸을 더 아프게 할 수 없으니까.


그가 모르는 그의 연대기를 쓰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그에 대한 내 마음을 정리하는 글이었고, 오롯이 나를 위한 거였다. 아마 다 쓴 글을 그에게 보일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기회가 있더라도 글쎄 그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아직 상상해볼 수 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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