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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Oct 24. 2022

10월 3주차 #걸음 #다정함 #도전

한달 사이에 나는 더 많은 회원들과 안면을 텄고, 감도 조금씩 되찾았고, 코치님에게 칭찬도 들었고, 수업 후에도 전완근이 아프지 않게 됐다.긴장과 부끄러움을 익숙함과 교환하며 땀 흘리는 즐거움을 찾아가는 기분이 상쾌하다. 어디 가서 일을 해도 긴장하거나 지적받을 일이 줄어가는 삶에서 이런 미숙함이 반갑다. 얼마나 안정된 삶을 꾸리든지 우리는 영원히 삶의 초보니까. 그리고 초보자의 미덕은 겸손이다. 오만과 습관을 내려놓고 알고 있는 스텝을 연습 또 연습할 일이다. 배드민턴이야 초보라는 이유가 많은 것을 용서해주지만, 삶은 곧장 흘러가버릴 테니까.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초보자 되어보기


내 인생이 걱정되어 훌쩍이다가도 나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 강아지가 산책 갈 시간이라 보채면 나는 또 불광천을 따라 오래 걸으며 계절이 바뀌고 각기 자기 복적이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 전의 자기 연민이 유치하고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 

[박지완의 다음으로 가는 마음] 불안을 달래는 법


이 인간의 내면은 소년등과(少年登科)를 했거나 부족함 없이 성장한 이들에게선 느끼기가 쉽지 않다. 지긋지긋한 실패를 겪고도 실패를 인정하지 못해 성장의 계기를 놓쳐버린 이들도 다르지 않다. 실패를 외면한 바로 그 시간대에 정신의 나이테가 멈춰 있다. '한번 망가져봤다'는 것은 잘못을 묻는 손가락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돌려봤다는 뜻이다. 넘어진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뜻이다.

[권석천의 시놉티콘]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라면


하지만 타인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최고의 동료를 가진 것처럼, 누가 됐든 지금 상대하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양 행동하다보면, 애정이나 존경 그리고 주어진 일을 최대한으로 잘해내려는 의지 같은 감정을 실제로 내면화하게 된다.

<일본의 굴레> 태가트 머피


문학에서, 영화에서, 우리 삶에서 접속과 전환의 순간은 무참할 정도로 개연성 없이 온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한 말은 예술가의 영감과 재능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종종 사소하고 추레해 보이는 순간들이 중요한 전환점 역할을 합니다. 이런 전환점은 조용하고 은밀한 계시의 섬광입니다. (...) 그 순간은 종종 그보다 더 요란하고 긴급해 보이는 요구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온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 순간은 당신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 테니까요."

[김소미의 혼자 영화관에 갔어] 이토록 다정한 전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혐오의 시대, 우리는 이젠 선진국이고, 그렇다고 딱히 외부의 적이 당장 있는 것도 아닌 시대를 살고 있다. 풍요로 인한 에너지는 넘치고, 외부에 미워할 존재가 마땅치 않으니 내부를 혐오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의 대통령을 만든 시대정신이 바로 혐오 아니었겠는가?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추진하기보다는, 지금이 너무 싫어서, 누군가가 너무 싫어서 했던 투표, 그런 게 모여서 지금의 권력이 된 것 아닌가? 다음 대통령은 누구일까? 더 큰 혐오의 힘을 타고 더 많은 혐오의 상징이 될 것인가, 아니면 혐오 다음의 키워드로 이 사회가 넘어갈 것인가? 혐오의 클라이맥스는 어디일까?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혐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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