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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Oct 17. 2022

10월 2주차 #다정함 #즐거움 #편안함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건 남자들은 도대체 왜 여자의 시체에 매혹될까 하는 궁금증이었어요. 우리에게 이런 장치는 수치심과 모멸감, 공포를 환기하는데 말이에요. 왜 시체는 구두를 신고 있는가. 저것은 여성성에 대한 경고인가, 욕망에 대한 경고인가. 그 끝없이 재현되는 이미지를 비틀어보고 싶었어요. 그걸 목격하고 파고드는 주체를 여자로 설정하고, 그녀가 죽은 여자를 버리고 돌아서지 않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죠.


아주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두려웠어요, 어머니가 두려웠어요? 저는 엄마가 더 무서웠거든요. 물론 사회와 시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자랄 시기에는 엄마가 자녀를 키우고 아빠는 부재했죠. 그래서 우리는 생각해요. 엄마가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렇기에 두려움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엄지원 씨 같은 배우들이 초반에 그렇게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역할을 택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캐스팅에 대해 말하자면, 배우 추자현이 “내가 이런 사람인 거 몰랐지?”라는 듯이 나타나 화영을 연기한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서 ‘메그’가 매력 없이 그려지는 게 항상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일단 결혼한 ‘메그’, 그러니까 ‘인주’를 이혼시키고 시작합니다.(웃음) “결혼은 네 길이 아니었어, 이제 새 길을 찾아야 돼”라고 하면서. 약 130년 전 ‘조’의 목표는 직업인이 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여성이 일을 하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이미 글을 쓰고 있지만 자신을 찾기 위해 세상을 파헤치는 사람으로 목표를 추가했죠. ‘베스’는 죽은 채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족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로서요. 이 사회에서 가난의 결과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막내 ‘에이미’는 가난한 여자아이가 재능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상상했어요. 가족 없이도 할 수 있다고, 내 재능으로 이 고난을 뚫고 나가야겠다고 결심한 미성년으로 그렸어요. 가장 힘이 있는 아이이기도 하죠.


제가 ‘서래’를 표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서래’가 매 맞는 여성 피해자로 나타날 때 사람들이 ‘서래’를 안다고 생각할 텐데, 그 순간을 반박하자는 것이었어요. “나는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불쌍한 여자가 아니에요”라고. ‘서래’는 ‘철썩’에게 폭행당하지만 그의 엄마를 생각해서 딱 10분 맞아주고 포크로 그를 찍어버리죠. 때린 건 ‘철썩’이지만 진 것도 ‘철썩’이에요. 남편도 한국에서 살기 위해 참아줬지만, 선을 넘으니까 죽여요. ‘서래’를 힘이 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남자들은 모든 길에 선택지가 있어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면서 동시에 일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일로써 인정받고 싶으면, 아직까진 하나의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단 말이에요. 여자들이 계속 출산 파업을 한다면 사람들이 깨닫는 게 있겠죠. 누군가는 대가를 치를 거고요. 어쩌면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좀 축소되는 게 더 좋은 방향일 수도 있고.(웃음)


OTT 시리즈를 써볼 생각도 있나요?

12부는 길고 2시간은 짧으니 딱 좋아요. 잘할 것 같은데요? 너무 쉽게 생각하나요? 하지만 쉽게 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고, 깨닫지 못하면 더 깊게 갈 수 없는 법이니까요.

정서경의 세계



세상의 모든 일은 하면 다 좋아요. 그렇지 않아요? 외국어도 하면 좋지 컴퓨터 잘하면 그것도 좋지 여행도 가봐야지 돈도 모아야 되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일을 하지 않는 건, 꼭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해온 것들은 약간 응급 처치에 가까운 것들이에요. 삶의 응급처치. 이것들은 내 삶이 힘들어질 때 구심점이 되어줄 일들이거든요. 망설일 이유가 없어지니 결국에는 해야하는 것들이 되더라고요.


미스핏츠(misfits)로 살아야 한다면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제자리걸음을 제대로 보여주자

세 번째 젓가락을 가진 사람


너에게 아침마다 물어보곤 해. 여전히 나를 좋아하냐고. 너는 그렇다고 대답하지. 나는 어째서 정기적으로 확인하려 드는 걸까. 마음이 빈곤한 사람처럼 말이야. 그런 나에게 네가 이렇게 말했어. 

"그럴 땐 좋은 방법이 있어."

"뭔데?"

"그냥 먼저 사랑을 주는 거야. 주면서 알게 되거든."

그래서 너는 아침마다 말없이 나를 꽉 껴안았던 것일까? 안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사랑이 있지. 걸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체력과, 싸우기 전에는 낼 수 없는 힘도 있지. 써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고 말야.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이슬아


이 세계관은 여러 ‘나’를 통해 복수의 삶이 가진 편의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에블린과 웨이먼드 그리고 조이가 진실된 본래 모습으로 둥글게 서로를 안을 때, 우리의 생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을, 결국 우리의 삶은 유일하기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불안을 잠재우고 마음을 돌보는 좋은 방법은 그저 존재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 있기에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빌런인 조부가 자신과 같은 걸 볼 수 있는 에블린을 오랫동안 찾아 나섰던 것처럼. 이것만으로도 마음 상태가 훨씬 나아진다.


다니엘 콴

영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랑의 의미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철학자이자 작가인 다니엘 슈마흐텐베르거는 사랑이란 그 대상을 완전히 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우리의 멀티버스에도 아는 것을 힘으로 쓰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조이가 세상을 파괴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고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응집한다면, 에블린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것을 활용한다. 에블린이 계단에 올라 모두와 맞서 싸울 때, 결국 그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으로 전투에서 이기지 않나. 사랑은 그런 거다. 모든 것을 초월한다.

[기획]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씨네 21


저는 '친절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라는, 내내 의심해왔던 말을 한 번 더 믿기로 합니다.

유재석 감동시킨 문상훈의 편지


너는 여기 걸려 비틀거리지 말고 네 인생 살아

드라마 <작은 아씨들> 中


라쿠텐 대학의 학장 나카야마 신야는 인간이 어떤 일에 몰입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것만으로 즐거워야 하며,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당신과 보낸 지난날도 좋았고, 오늘도 너무 좋았고, 앞으로 같이 보내게 될 시간도 좋을 것 같아 기대돼요. 그런 의미에서 좋아해요.

<마음을 이야기할 때의 마음> 中 '그런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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