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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Dec 29. 2020

리추얼의 필요성

리추얼 그게 대체 뭔데



나에 대한 기록은 출발점을 알려주고, 나침반에 침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책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 (신태순, 나비의 활주로)




현재 대전에 거주하며 무소속으로 지낸 지 10개월 차입니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 저는 소속의 여부에 상관없이 혼자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뭔가 항상 보거나 먹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천성이 그렇게 태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계약직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기존 계약 날짜를 훨씬 앞당겨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고, 생활 반경은 급속히 줄어들었으며 필수적인 외출 말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저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먼저 회사에 요청해야 하는 사항을 정리하며 통보받았던 당시에는 잘 몰랐던 제 상태를 복기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어렴풋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퇴사 직후 방 안에서 끼니를 챙겨 먹고 넷플릭스 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활을 며칠 지속하자 이게 사는 건지 뭔지 모를 상태였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찾아봤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살펴보면 괜한 우울감만 더해지니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미라클 모닝, 모닝 페이지, 루틴 만들기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 저는 슥 읽어보고 잘 모르겠으면 우선 도전해보는데 그때도 그랬습니다. 몇 가지 미션을 실행해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뒷심이 좋지 않은 편이라 하루 이틀하고 포기할 것을 예상해 어떤 것이든 무조건 5일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요.



생존을 위한 첫 번째 미션은 새벽 5시에 일어나기.



보통 새로운 시작을 위해 설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미션입니다. 그 결과는? 월, 화요일에는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가 씻고 다시 잠들었습니다. 햇살을 맞으며 10시쯤 일어나면 얼마나 개운한 지 모르겠습니다. 개운하지만 찝찝한 이 기분. 남은 3일까지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왜 다시 잠들었는지 생각해보았는데 딱히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난 김에 해볼 만한 것들을 찾아보았습니다. 5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원룸에서 뭘 할 수 있을까요. 고민하다 주문한 건 요가매트 였습니다. 수요일에는 눈이 좀 쉽게 떠졌고, 15분짜리 요가를 하고 나니 다시 누워 잠들기 아쉬웠습니다. 이불 정리하고 환기를 위해 창문을 잠시 열어두니 더더욱 뭔가 해야만 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무사히 한 주를 잘 살아내고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쟁여두었던 물건과 옷을 정리했고 최소한의 것들만 남겨두었습니다. 덜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건 한 시간 뒤로 미뤄 6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조정했습니다. 요가도 꾸준히 이어갔어요. 마침 이때는 지금처럼 글쓰기를 꾸준히 했을 때라 기록에 열 올렸고 가입해두었던 커뮤니티도 대면/비대면 형태에 적응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전면 온라인으로 바뀌고,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도 재택근무에 어떻게든 적응해야 했습니다. 뭔가 좀 배워야 할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두 번째 미션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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