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베리 Jan 03. 2021

한 번에 착 붙는 리추얼은 없다

리추얼 그게 대체 뭔데


중독을 포기하면, 그래서 그런 힘든 순간들을 온전히 겪기 시작하면,
우리는 자신이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근육들을 구부리게 된다. 자라게 된다.

                                   책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바다출판사)



저를 위한 두 번째 미션은 배움이었습니다. 일찍 일어나기는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몰랐던 와중에 빌라선샤인을 통해 접한 툴이 있었습니다. 바로 '노션'인데요. 노션을 통해 여러 가지 기록을 하는 건 물론이고 포트폴리오도 작성한다니 관심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포트폴리오 모양 중 가장 괜찮았거든요. (제가 본 사용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유독 멋있었지요) 사실, 가장 쉽게 배우는 방법은 노션 전문가를 곁에 모시는 (?) 것입니다만 당시 모두가 집 밖에 나가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던 때였습니다. 하여,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먼저 들어보았습니다. 1)인프런이라는 사이트에서 '노션 완벽 활용법'을 신청했고 총 33강을 다 듣기는 했습니다만 역시 응용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마 당장 포트폴리오를 써서 제출할 곳이 없어 실전까지 못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무리한 후 글쓰기에 돌입했습니다. 이맘때 즈음 리추얼 만들기를 함께 하던 팀원 중 한 분이 아침마다 모닝 페이지를 하고 있었거든요. 2)[아티스트 웨이]라는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샵 도서에서 나온 방법으로 눈 뜨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행위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주제나 형식 상관없이 무조건 5문장 이상 쓰는 것으로요. 여기에 구글 애널리틱스(GA) 초급자 코스를 취득해보기도 했습니다. 막연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이 눈앞에 떠오르기 시작한 겁니다. 해보고 싶었다고 해서 바로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뇌리에 스치는 아무 말로 채우다 보니 중간 즈음부터는 소재 하나를 정했습니다. 날씨, 가족, 좋아하는 물건, 다이어리, 집 등 쓸만한 주제는 많더라고요. 저의 글솜씨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써나갔습니다. 상상만 했던 풍경을 직접 이루고 보니 별거 아니었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쭉 하고 싶은 마음에 마침 카카오에서 '카카오 프로젝트 100'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글쓰기를 신청해두었고 그즈음 카페 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마시게 되었죠.


어느새 오전 루틴이 가득 찼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커피를 내립니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다 내린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습니다. 글은 5문장만 채워 쓰기도 하고 넘치게 쓰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를 하며 순식간에 특정 어느 날을 다녀오기도 했고 잊고 있던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최근에는 느낄 수 없던 기분을 상기하기도 했고요.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에 비해 머리와 마음은 들쑥날쑥 바삐 움직였습니다. 글쓰기를 마친 후 창문을 열어둔 채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렸습니다. 이제는 막연한 두려움에 벗어날 때가 된 것 같아 마스크를 한 채 밖으로 나갔습니다.



1) 인프런 '노션 완벽 활용법' (링크)

2) [아티스트 웨이] 도서 정보 (링크)

작가의 이전글 리추얼의 필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