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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Mar 06. 2020

친구들이 보고싶다

친구 h에 대하여

 친구는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손을 많이 쓰고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 공감을 하면서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친구는 몰랐겠지. 나도 그때는 친구가 그렇게 능력 있는지 몰랐다. 그땐 우리 모두 엉망인 모습을 공유하며 웃느라 바빴으니까.

친구는 도구를  쓴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어플이든 단 시간에 빠르게 파헤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도를 단숨에 그린다. 처음에는 물음표였던 것을 어느새 진행형으로, 이어서 쉼표와 마침표로 만든다. 공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어떻게 파고들어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안다. 친구가 입에 올리는 이슈는 이미 그의 관심사라는 것.

친구의 마음은 단단하다. 친구가 가진 빛은 그가 일을 직접 이끌 때 제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렇게 빛나기만 하면 꼭 주위에서 그림자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수십수백명의 사람들이 물고 뜯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롱당했다. 얼마나 황폐했을까. 친구는 아마 마음 놓고 슬퍼하거나 화내거나 욕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친구에게는 친구만 바라보는 작은 친구가 있다. 그래서 친구는 언제나 그랬듯 해결방안을 찾았고 모든 게 다 지나고 나서야 내게 시답잖은 농담처럼 던졌다. 반면 내 마음이 다치는 일에는 불같이 나섰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의 문을 조금씩 열어주었다.

요즘 친구는 어떨까? 동반자와 함께 번갈아 어린 친구를 돌보며 일을 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재택근무로 인해 맞이한 변화는 그에게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출근해서 업무를 볼 때와 달리 팀원과 더욱 예민하게 서로의 업무를 살피며 정확한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소모적인 미팅은 서로의 신경을 돋우게 만들 거니까. 일을 살피고 나면 집을 둘러보아야 하고, 어린 친구의 일상도 챙겨야 한다. 지금 어린 친구의 세상은 집으로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더 보고 싶다. 어떻게든 만나 좋아하는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데 모두 잘 견뎌내길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다.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잘 해내다가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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