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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Jan 03. 2022

책방을 열고싶어 부산으로 돌아왔다 3

당신의 책갈피 책방일기 : 책방 이름 짓기 

 친구들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책방을 해보자는 결정을 한 일 년 후. 그 날 모였던 네 명의 친구들을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J가 갑자기 서울로 이직을 하게 된 이후였다. 홍대의 에어비엔비 숙소에 모여 앞으로의 구상을 이야기했다. 


 "무엇을 할 것인지 확실히 컨셉을 잡아야지."

 "일단 책방을 할 거고. 인문학, 사회과학 책에 더해서 부산 지역에서 작가들 이야기를발굴해내고 싶어. 서울 있으니까 아무래도 지역 이야기는 뒷전이라는 생각 많이 드는데, 주변에 너희들도 그렇고 재능있는 사람들은 많을 테니까.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으면 책도 내 보고. 그래야 너희들 책 내고 나서 뭔가를 더 이어갈 수 있을 것 같고."

 "오 그럼 지역 작가들이 큐레이션도 같이 해주고 하면 좋겠네." 

 "아무래도 요샌 독립출판사나 작가도 많으니까, 영업 루트가 뚫리면 좋지." 

 

 그렇게 인문학, 사회과학 도서, 그리고 지역 작가들 책을 반입하겠다는 큰 틀을 잡았다. 다음 문제는 책방의 이름을 짓는 일이었다. 친구들과 하는 일이다 보니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쳐났고 아무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제시를 하다보니 아무말대잔치가 벌어졌다.


 "책을 팔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잖아. 그러면 종이로 하는 일을 많이 하는 회사니까 '페이퍼 컴퍼니'."

 기각.

 "내가 책을 만나는 시간이잖아. 글로벌 시대에 맞춰서... '북미(BOOK-ME) 정상회담'."

 기각.

 "지역 작가들이랑 뭔가 하려면 커뮤니티가 중요하잖아. 아무래도 세력을 모아야 되고, 책에 따라 모일 사람들 종류가 달라질테니까, 종북(從BOOK)세력."

 잡혀가고싶진 않아. 기각.

 "종이라이드."

 기각.


 결국 마지막엔 혼자 결정을 해야 한다.  지역의 이야기가 모이는 서점. 책방에 오는 사람들, 책방에 들여놓은 책의 작가들과 함께 큐레이션을 진행하는 서점. 컨셉에 맞는 이름을 찾다가, '당신의 책갈피'라는 이름이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022년 1월 3일 오늘. 수영 세무서에 가서 '당신의 책갈피'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주 업종으로 소매 - 서적, 책을 내야하니 제조업- 인쇄, 혹시 모르니 소매 - 문구류, 인터넷 판매를 위해 소매- 통신판매업 세 가지 부업종을 선택했다. 세무서는 생각보다 많은 걸 물어보지 않았고, 통신판매업 신고를 위해서는 구청에 영업신고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업용 통장을 만들까 하다가, 문화가 있는 날과 같은 지원 사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통장이 여러 개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옛날에 쓰던 통장들을 해제했다. 


 포스기 신청, 도매 회원가입, 동네책방네트워크 회원가입을 진행했다. 이제 어디 가서 '무직'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괜히 충만해진 기분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3:7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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