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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Jan 10. 2022

일일단상 0108


경제적으로 부족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그냥 충분히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뿐이라는 감각이 자꾸 올라오고 있다. 숨을 쉬어야하는데 자꾸 물이 차올라온다. 


 요새의 가장 큰 고민은, 마흔이 되었을 때 한 달에 3백만원을 벌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요새의 두 번째 고민은, 마흔이 되었을 때 한 달에 2백만원을 벌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산에 사는 나의 모든 친구들의 이야기다. 당장 오늘과 내일과 일 년의 견적은 어떻게 나와도, 3년과 5년과 10년의 견적은 나오지 않는 삶. 친구와 나눈 고민은 그런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그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나의 부산 지인들 중, 공무원이 아니고서는 한 직장에 3년 이상 근속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직장에서는 왜 이리 다들 오래 일하지 않느냐고 말하고, 친구들은 왜 이리 오래 다닐만한 직장이 없냐고 말한다. 그렇게, 다들 혼자가 된다. 


 내가 부산에서 가장 많이 수입을 얻은 것은 공장 다닐 때, 친구가 부산에서 가장 많이 수입을 얻은 것은 조선소 다닐 때였다. 둘 다 아르바이트였고... 그럴 거면 대학 안 다니고 착실히 돈이나 모으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자조가 남았다. 대학 들어갈 때만 해도 서울이랑 부산 격차가 5년쯤이었다면, 지금은 여긴 그 상태 그대로, 저긴 20년쯤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수도권에 있는 친구들이 쓸 수 있는 복지 카드와 내가 쓸 수 있는 복지 카드는, 용처가 너무 다르지 않겠냐.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여기서 할 거 떨어지면 서울 돌아가서 뭐라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어떤 형이 나에게 원하는 마지막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내 지역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더랬다. 그 형이 나에게 좋은 직장은 무엇인 것 같냐고 되물었을 때는 대답하지 못했더랬다. 지금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과 실패할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곳. 이라고 스스로 답을 내렸는데, 이걸 이런 땅에서 어떻게 만들까. 


 맞서 싸워야 할 건 악당이 아니라 미래인데, 적의로 가득한 정치가 여전히 세상을 뒤덮는다. 뭐... 다 잘들 하시리라. 그게 나와 관련있는 '잘'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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