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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Sep 08. 2024

복자씨의 별사탕

이사하던 날_은수와 은석의 이야기 1

은석이는 엄마와 함께 조그마한 트럭을 타고 한참을 달려 낯선 동네, 낯선 집에 내렸다. 언니랑 오빠는 학교를 마치는 대로 아버지가 데리고 올 것이었다.

  

엄마는 은석이를 트럭에서 번쩍 안아 내려주고는 멀찍이 떨어져 있으라고 했다.  트럭 아저씨는 얼마 되지 않는 짐을 부리나케 마당에 부려놓더니 먼지를 폴폴 날리며 왔던 길을 돌아 내빼듯 가버렸다.


이 집은 은석이 보기에도 몰골이 사나운 게 전에 살던 집보다 나을 게 없었다. 엄마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둘러본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작은 집이라 눈으로 훑어도 그만일 성싶었지만 문짝이 틀어져 제대로 닫히진 않았을지언정  방 두 칸은 엄연하게 문을 닫고 있었고, 부엌 또한 삐거덕대는 소리가 고막을 긁지만 나름의 문을 갖추고 있어 기어코 다가가서 문을 열지 않으면 그 비밀스러운 공간을 내어줄 것 같지가 않았다.


엄마는 마당에 널브러진 반닫이와 서랍장과 옷 보따리 몇 개, 그리고 이불 보따리와 부엌살림이 든 상자 두어 개를 마당 한쪽에 모아놓고 방을 훔치기 시작했다. 마당 가득 눈이 부시도록  쏟아지는 빛이 방까지는 미치지 못하는지 방이 굴속같이 어두웠다. 마루를 딛고 방에 들어선 엄마의 모습이 눈에 익어 또렷해질 때까지 은석이는  한참을 빛 속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막함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하나 망설일 때 엄마가 불렀다.  엄마는 방에 들어와 앉으라고 했지만 은석이는 방에 들어가고 싶지도, 엄마를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엄마가 은석에게 삽짝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어슴푸레 고운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처음 맡아보는 향기임에도 다정하고 다감했다. 향기의 출처를 찾기 위해 코를 킁킁거릴 필요는 없었다. 집의 한 축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에 하얀 꽃들이 강냉이만 하게 부풀어 있었다. 은석이는 하얀 꽃과 꽃의 향기가 마음에 들었다. 왠지 모를 온기가 돌면서 이 집이 정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은석이는 뭔가 할 일이 생긴 거 마냥 꽃이 핀 나무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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