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골목길 어떤 2층집에 사는 개, 파트랏슈를 보고 있을 때 파트랏슈네 이웃집 아주머니가 대문을 나왔다. 낯선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눈길을 옮기던 아주머니가 불쑥 한 마디 한다.
"저놈의 *새끼, 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나는 파트랏슈가 골목을 걷던 나를 향해 힘차고 씩씩하게 짖던 장면이 떠올라 빙그레 웃으며
"짖는 소리가 엄청 우렁차지요?!" 하고 대꾸한다.
"아니, 짖지는 않는데.. 자꾸 울어." 아주머니가 나의 말을 정정한다.
"울어요? 짖는 게 아니고요?"
"응, 맨날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아주 꼴 보기 싫다니까!"
나는 채송화가 꽃을 피울 무렵부터 파트랏슈를 봐왔지만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어서 아주머니의 말에 당황한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잘 생기고 늠름한 파트랏슈를 내가 먼저 알아보고 서로가 길들여지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를 먼저 알아보고, 나를 불러 자신의 존재를 알린 건 파트랏슈라는 것을.
낯선 강아지의 부름에 화답하고 함께 뜨거운 여름과 낙엽 지는 가을 그리고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까지 서로를 향해 웃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런 흔치 않은 경험을 나는 기적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