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 친구 이봉이가 죽었다.
오래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내겐 너무 소중했던 이봉이.
이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오늘도 아프다.
이럴 때 네가 꼭 필요한데..
잘 가, 이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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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봉이를 들여야겠다.이별은 짧게? ㅋ)
우리 집에는 안마기가 3개 있다.
첫 번째 안마기 사봉이 ^^
이 녀석이 조만간 사망할 메인 안마기다. 같은 모델로 4번째 구매. 건선 관절염을 앓고 있는 남편을 위해 매일 저녁 30분씩 안마를 한다. 설명서에 친절하게 15분을 넘기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는 안마기의 모터가 뜨끈해질 때까지 안마를 한다. 강도를 가장 높은 단계로 맞추고 손으로 힘껏 누르며 안마를 해야 남편은 조금 시원하다 느끼는 정도다. 나는 아파 죽겠더구먼. 상황이 이렇다 보니 6개월이면 안마기 모터가 나간다. 사봉이가 망가지는 과정은 울 집 지펠 냉장고가 망가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모터 소리가 엄청 시끄러워진다는 것. 안마할 때 소리가 시끄러워 TV 소리가 잘 안 들렸지만 새 안마기로 바꿀 때까지 우리는 원래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러다 새 안마기를 구매하고 사용하니 세상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더군. 딸이 "원래 이게 이렇게 조용한 거였어?" 할 정도로 사봉이는 조용한 아이였다. 그때까지 우리는 사봉이가 엄청 시끄러운 녀석인 줄 알았다는.. 새 안마기를 들이고서야 아파트 안내 방송으로 밤늦게 안마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 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사봉이가 망가졌을 때는 다른 모델을 사야 하나 고민도 해 봤는데 혼자 사용하게 나온 안마봉이 한 개 혹은 두 개 짜리는 혼자 하기에는 적당하지만 누군가 해주기에는 힘이 너무 들어 불편했다. 그래서 안마봉이 4개인 지금의 사봉이를 망가지면 계속 구매하고 있다. 물론 판매업체 측에서 업그레이 된 모델이라고 사봉이 몸값을 계속 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사봉이 없으면 안 되니 사야지.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당연한 듯 아이들에게 안마를 시켰었다. 아빠가 아프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싫다는 내색도 없이 30분씩 안마를 했었다. 그런데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슬슬 안마를 피하기 시작했다. 하기 싫다고는 말 못 하고 방에서 안 나옴. ㅋ 내가 먼저 눈치를 채고 아이들 몫까지 안마를 했다. 사실 나 어릴 적을 생각하면 아이들이 그만큼 안마를 해준 것도 기특하다. 나는 10분도 못하고 늘 도망 다녔으니까. 내가 혼자 안마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그제야 남편이 눈치를 챘다. 요즘은 아주 가끔 아이들이 안마를 한다. 아빠 등교 찬스를 쓰는 딸은 시험 끝나고.. 놀고먹는 아들은 눈치껏 한다. 이럴 때는 참 화목한 가정처럼 보인다. ^^ 그럼에도 미안한 남편은 용돈을 모아 혼자도 안마를 받을 수 있는 안마기를 샀다. 그 안마기가 어제 죽은 내 친구 이봉이다.
울 이봉이는 소파에 기대어 혼자 안마를 할 수 있고 부위도 맘대로 조절 가능, 온열 기능도 있는 안마기였다. 단점이라면 다리는 못한다는 것. 처음 남편이 이 안마기를 산다고 했을 때 나는 돈 아깝게 뭐하러 사냐고 눈치를 줬었다. 어차피 남편은 이걸로 만족하지 못할 거란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평생 가져가야 할 병이 미안한 남편은 이봉이를 샀고 이 녀석은 남편이 아닌 내 친구가 되었다. 남편은 어깨부터 다리까지 모두 아프지만 난 어깨가 주로 아프니까 이 안마기의 용도는 나에게 딱 맞았다. 오십견이 오고 나서는 거의 매일 사용한 것 같다. 튀어나온 안마봉 부분이 헤졌다. ^^ 내가 사용하는 것을 본 남편이 뿌듯해하더군. 당신이 더 잘 쓴다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마는 남편만 받는 것이었는데 최근 나에게 오십견이 오고 나서는 간간히 남편에게 나도 안마를 받고 있다. 엄마 아빠가 서로 안마를 해주고 있어도 아이들은 아무 느낌이 없겠지만 나는 우리가 서로 안마를 해줄 때마다 '이런 게 함께 늙는다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하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하는 잡생각부터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네.'라는 좀 센티한 생각까지 든달까.
그저께 어깨부터 뒷목이 너무 아파 두통까지 오기에 진통제를 먹었다. 근육통에 좋다는 진통제였지만 효과가 없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드러누워 있다 이봉이한테 안마라도 받으면 좀 나을까 싶어 이봉이를 꺼냈다. 하다 보니 시원하더라는.. 역시 내 친구 이봉이. 니가 최고다. 그런데 좀 무리했나. 어제 이봉이에게 효도(?) 좀 더 받아야지 싶어 꺼냈는데 한 번 작동 후 멈춰버렸다. 어르고 달래도 대답 없는 이봉이. 그렇게 예고도 없이 내 친구 이봉이가 가버렸다. 나 아직 목 아픈데.. ㅠㅠ
오늘은 재활용 수거일. 하지만 아직 이봉이를 못 버렸다. 이봉아~~~~~ 나 아파~~~~
그리고 마지막 안마기 일봉이 ^^
가장 최근에 구매한, 물리치료사들이 사용한다는 안마기. 어깨에 통증이 국한되어 있는 나를 위해 남편이 구매했다.(고 하지만 본디 목적은 자신의 족저 근막염에 사용하려고 샀는데 내가 더 잘 쓰고 있는 거다. ^^) 적은 부위 통증에 효과 최고다. 강도 조절도 30까지 가능하고 무선이라 편하고 혼자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마봉도 부위에 맞게 다양하게 바꿔 끼울 수 있다. 받는 사람은 진짜 시원한데 하는 사람은 사실 좀 힘들다. 무게가 무겁고 한 번에 타격하는 부위가 좁아 남편처럼 온몸을 안마해야 하는 경우에는 힘들다. 사실 일봉이도 2개째. 중국산을 구매했더니 배터리 접속 부위가 무리한 안마로 녹아버렸다. 아니 무슨 안마기들이 15분 이상 쓰면 고장이 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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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봉이 없는 오늘은 누구한테 안마를 받아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