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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 Nov 13. 2020

D-1, 아들, 군대가는 거 맞지?



2020년 11월 11일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군대를 가본 적도 없고 곰신을 해본 적도 없는 엄마는 군대에 가야 하는 아들이 마냥 신기하다. 두 동생이 군대를 갔다 왔지만 그렇게 다정한 남매 사이가 아녔기에 잘 알지 못했다. 가면 가나보다 오면 오나보다. ^^;; 사실 그때 무언가를 알았다 하더라도 요즘 군대와는 많은 것이 달라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작년에 제대한 조카도 그새 변한 군대문화가 낯설다 하는 걸 보면 20년이 넘는 군대 이야기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라떼는..'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군대에 있어도 핸드폰도 가능하고 카페를 통해 훈련병들의 군생활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조카가 군입대를 했을 때 영내에서 어떤 훈련을 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조카의 스케줄을 형님이 너무 잘 알고 계셔서 나는 잠깐 '형님이 입대하신 건가'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게 다 카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함께 일하는 분의 아들도 지난달에 입대를 했는데 카페를 통해 군생활을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군대에서 지급되는 마스크에 대한 기사를 보고 그분께 물어본 적이 있다.


“국감 때 어떤 의원이 군인에게 마스크가 몇 장 지급이 안된다는데 훈련소에 마스크 보내셨어요?”

“어머? 그래요?”

“네. 한 달에 10개 미만인가 지급된다고 본 것 같은데 하루 종일 마스크 끼고 살아야 하는데 너무 적은 것 같아서요.”

“그러게요. 몇 개 챙겨 보내 긴 했는데 그걸론 부족할 텐데.. 전화 오면 물어봐야겠네요.”

“훈련소에서 전화도 돼요?”

“주말에 10분씩 가능하던데요. 아미고 깔면 애가 로그인하고 로그아웃하는 게 제 핸드폰에 떠요.”



그리고 일주일 뒤..


“혹시 마스크 물어보셨어요?”

“아니요. 전화가 왔는데 그 녀석은 지 할 말만 하고 저는 제 할 말만 해서 대화가 안돼요.”

“ㅎㅎㅎ 아들들이 다 그렇죠.”

“근데 카페에 누가 마스크 보내달라고 올렸더라고요.”

“카페에 그런 글도 올라와요?”

“어휴.. 별의별 놈이 다 있어요. 발포 비타민 보내달라는 놈도 있고. 마스크 보내달라는 글에 엄마가 어떤 종류로 보내야 하는지 글 다니까 중대장이 바로 답글 달았더라고요. 아무거나 보내셔도 되는데 KF94 8장이랑 보건용 8장 지급되었으니 걱정 마시라고. 글 달면 중대장이 빛의 속도로 답글을 달아줘요. 얼마 전에 힘든 일 없냐는 글에 애들 몇 명이 한 명을 지목했나 봐요. 그 애 때문에 힘들다고. 그랬더니 중대장이 바로 자기 전화번호 달면서 어려워마시고 이쪽으로 전화 달라고 하더라고요.”

“대박. 거기 군대 맞죠? 왠지 엄마들이 군대 간 듯.”

“그러게 말이에요. 군대에 애들 모아놓으니 엄마들이 더 통제하기 쉬워진 듯한 느낌이랄까요?”


이쯤 되면 군대 가는 아들 걱정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나도 아들의 입대 전날 군대 앱에 가입했다. 글은 안 달아도 나도 울 아들 사진은 봐야 하니까. 더 캠프. 기계치라 아들이 가입해줬다. 찬찬히 보면 할 수 있는데 혹시나 실수해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 싶은 마음에 부탁들 했다. 닉네임 고르는데만 10분은 걸린 듯.  SNS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을 넣었더니 다 이미 사용 중이란다. ~~ 맘이 너무 많아. 다른 건 수월하게 가입이 됐다.


“엄마 카카오톡 로그인하기로 하면 돼.”

“응. 알았어.”

아들이 건네주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앱에 접속했다. 아직 입대 전이라 카페도 개설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 앱 입대도 하기 전인데 전역일은 또 기가 막히게 알려준다.


“나중에 내가 소속된 부대 카페 개설되면 가입하면 돼.”

“응.”


“근데 아들.. 요즘은 아들이 입대하면 엄마도 계급이 생기나?”

“응?”

“이게 뭘까?”




“어? 왜 이렇게 뜨지? 난 이렇게 뜨는데.”





“나 입대한 거야? 심지어 너보다 선임이다. 넌 예비군인이고 엄만 훈련병이야.”

“ㅋㅋㅋ”


나는 혹시나 아이한테 피해가 가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한가득인데 이 녀석, 웃기만 할 뿐 바꿔줄 생각을 안 한다. 결국 남편이 일반인으로 전환해주었다.



일반인으로서의 마지막 밤, 아들은 군대에 가지고 갈 개인물품을 챙겼다. 뭔가 울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담담했다. 내용물때문인가? 가방에 짐을 챙기는 아들을 보며 남편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저거 다 가져가도 되는 거 맞아? 몸만 가는 거 아니었어?"

"난 안 가봐서 몰라. 당신은 어땠는데?"

"난 몸만 들어갔지. 그마저도 나중에 다 택배로 보내잖아."

"나도 그렇데 듣긴 했는데.. 근데 먼저 들어간 친구들이 꿀팀이라고 알려줘서 챙기는 거니까 맞을 거야."

그러자 딸도 한마디 거들었다.

"엄마, 오빠 꿀팁 전수받을 거 맞아?"

"아.. 아마도?"


그렇게 아들은 우리 모두의 걱정 속에 군대 가방을 챙겼다. 샴푸, 바디워시, 여드름약, 두루마리 휴지, 화장품, 여드름 패치, 편지지, 우표 20장, 자외선 차단제, 쉐이빙 폼, 위장크림?


아들, 군대 가는 거 맞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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