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열심히'는 안녕한가요?

by 꾸미




운명의 신은 참 가혹하다






함께 근무하시던 쌤이 계셨다.

학교에서 가장 나이 많으신 분이셨고

가장 부지런한 분이셨다.

아마 이분이 하루에

학교를 걷는 걸음수를 재어본다면

이만보는 족히 나오지 않았을까.



고민이 있으면

모든 사람이 찾는 분.

아무리 힘들어도 싫은 소리..

싫은 내색 한번 하시지 않고

남에게 피해줄까

스스로 모든 일을 하시던 분이셨다.

당근 이 분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올 9월 새로 개정된

규정에 의해

정년을 2년 6개월 남겨두시고

전근을 가시게 되었다.



개정 전이라면

이곳에서 정년퇴임을 하시는게 맞다.

교육 공무직은 최근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종이라

대부분 집근처 학교에

오래도록 있는 분들이 많다.

올해 처음으로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한 순서대로

전근 발령이 나는데

정년이 2년 남은 사람은

유예 대상자지만

6개월때문에 전근 대상자가 되셨다.



단 한번도 싫은 소리 싫은 내색없이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시던 분이

처음으로 싫은 내색을 하셨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두려워진다.

게다가 출퇴근 거리도

2배 이상 멀어졌으니 그 맘이

오죽하셨을까.



떠난 이도

보낸 이도

참 그립고 허전한 시간이 흘렀다.








추석이 지난 어느날

퇴근시간을 10분 남겨두고

그분께 전화가 왔다.

지금 가는데

얼굴 보고 퇴근하라고..



퇴근했다가도 돌아와야 하는 일이었다.



본인의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시는 분이

그 날은 본인 이야기를 쏟아내셨다.

그만큼 답답한 맘이 크셨으리라..



그 학교는 어쩌고 저쩌고..


그러다 쌤이..




나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봐.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그 학교에 출근하기 너무 싫은거야

그래서 정년 2년 남은 거

그냥 확 사표 쓸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표를 쓰고 나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아무것도 해 놓은게 없더라구.



정년 퇴임해도

집에서 놀고 먹을 순 없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

나 그동안 뭐하고 산걸까.








분명 쌤도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

소소한 낭비는 했겠지만

알뜰살뜰 아이들 키우고

집안 살림하고

남편 챙기면서..



그런데 나이들어 돌아보니

그렇게 산 건 '열심히' 가 아니라는

허무한 생각이 드는 건 뭘까.






특별한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보통의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었다.



둘 다 열심히 산 건 맞는데

결과가 너무 다르다.



결과보다는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누군가가 '열심히' 에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글을 봤다.



그렇구나.

'열심히' 에도 방향성이란 것이 있구나



그래

나쁜 짓을 열심히 했다고 하면

그 '열심히' 는 아무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지.



결과도 없는 뻘짓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아무도 '열심히' 라고

생각해 주지 않는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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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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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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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짓도 뻘짓도

'열심히' 하지 않았어.

(조금은 했으려나? )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고

엄마로써

아내로써

딸로써

며느리로써

기타 등등의 사람으로써

참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의 '열심히' 는

이렇게 초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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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

오늘

..



당신의 '열심히' 는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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