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경력 20년 차 아줌마 이야기 2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마치 육아와 아내가 내 적성인 양 모든 관심이 아이와 남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 어느 것 하나 내 기분 내 취향은 없었다. 내게는 다행이었다. 원래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와 남편에게 맞추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딱 하나 힘들었던 건 시댁 가는 일. 아이만 데리고 남편보다 일주일씩 먼저 시댁에 가 있는 것도 힘들었고 연휴에, 여름휴가에, 명절 내내 빨간 날에는 항상 시댁에서 일주일씩 머물러 있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참았다. 나만 참으면 모두 행복했으니까.
아이가 크면서 아이의 연령에 맞게 나도 자랐다. 딱 그만큼만.. 아이가 분유를 떼고 우유를 먹을 때가 되면 우유 종류에, 이유식을 하게 되면서는 이유식 종류에, 놀이를 통한 교육을 하게 되면서는 교구에.. 딱 그만큼씩만 자랐지만 늘 바빴기에 내가 자라지 않는 것에는 무관심했다. 하루 종일 육아와 가사노동 후 아이가 잠든 밤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TV 프로조차 유아 프로그램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이건 유아 프로그램만 아니면 멍 때리고 앉아있기도 했다. 아이를 재우다 잠이 든 밤이면 다음 날 얼마나 억울하던지.. 딱히 하는 일도 없었으면서 참 많이 억울해 아이랑 잠들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멍 때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어야 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그런 면에서는 참 영리한 것 같다. 그때보다 인터넷이 발달해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서 일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자기 계발을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한다.
내가 나만 멈춰있구나 라는 걸 느낀 건 작은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다. 아침에 모두 나가고 나면 오후 3-4시까지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남편은 직장에서 승진을 하고 인정받고 있고 큰 아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고 작은 아이는 방과 후 친구들과 노느라 친구들이 학원가는 시간에나 들어왔다. 아이가 크면 엄마보다는 돈이 더 필요하다.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일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알바몬, 벼룩시장 같은 구인 광고를 봤다. 아는 사람 하나 없으니 일자리를 부탁할 곳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더 충격이었던 건 내 나이였다. 바보같이 나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자리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나이 제한이 있어다. 대부분 30대. 아무리 넉넉히 잡아도 40까지였다. 나가 일을 시작해야지 라고 생각한 나이는 이미 40이 넘어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은 많아지고 현실을 자각하면서 우울증이 왔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현실 도피.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보다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환상에 사로잡혀 있을 때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난 후 더 겁이 났다.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부터 시작해 더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취미생활이나 하고 살 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게 더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육아 살림에 바쁠 때도 내 시간이 많아진 지금도 나를 위한 투자에는 늘 인색했다. 아이들에게 밥을 굶어도 좋을 만큼의 일을 찾으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그런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 역시 물음표였다.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방금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이 되어 버린 지금 그 옛날 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분명 나에게도 미래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다시 꿈을 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