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결심할 땐,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나이가 들어서도 이 사람과 과연
대화하며 지낼 수 있을까'
결혼 생활에서 이 점을
제외하고는 다 변하기 마련이다.
<니체>
남편과 저는 결혼 전 동갑내기 친구로 만났어요.
초등학교 이후 남자라는 동물과 이야기를 해 본적이
언제였는지.. ㅎㅎ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그저 여고, 여대를 나오면서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던 것 같아요.
남자형제만 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인가 드라마 속 남사친, 여사친을 보면
많이 부러웠답니다.
막연한 동경같은거랄까요. ^^
한참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이 유행하던 시기
익명성 뒤에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온라인에서
남편을 만나게 되었어요.
동갑내기 채팅방에서
밤새 고민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남사친이란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온라인에서 나가기만 하면
내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익명성이
편하게 내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짧은 시간에 가까워질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친구로 만나 결혼을 했어요.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로
함께 한지 벌써..
음..
또 까묵(기억력이 붕어입니다. ㅠㅠ)
대략 23~4년?

결혼을 하고 17년정도
남편과 대화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늘 이야기를 해요.
아이 이야기
시댁 이야기
처가 이야기
하지만..
정작 대화는 한 적이 없었어요.
외벌이로 네 식구 먹여살려야 하는 남편의
무거운 어깨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어느날 갑자기 며느리에 엄마에 아내에..
1인 몇역을 해야 하는 하지만
멀티가 안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하는 무거운 이야기는 늘 뒷전으로 숨기고
괜찮은 척 살아왔어요.
어느 날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혼하면서 나는 친구를 잃었구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남편도 좋지만
가끔은 지난 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을 고민하던 그 시절의 친구인 남편이
그리웠어요.
그러다 4년전인가..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남편과 밖에서 둘이 술한잔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 전에는 어린 아이들만 두고 어떻게 둘이..
라는 맘때문에 혹은 비싼 술값때문에
망설이다 그만두던 일이었죠.
얼마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제가 일을 한다는 것에 남편도 저도
맘의 여유가 생겼던 것 같아요.
결혼 후 처음 갖는 둘만의 술자리에서
남편도 저도 마냥 좋았답니다.
그동안 남편이 회사에서 다녔던 술집에 함께 가
여긴 어떻고 저긴 어떻고..
하는 설명 아닌 설명을 들었네요.
늘 맛있는 거, 좋은 곳은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남편은
그동안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을
무척 아쉬워했었거든요.
그 날 이후 할 말이 있거나 기분이 우울한 날에는
가끔 밖에서 둘이 술자리를 했어요.
처음에는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마냥 좋기만 했던 자리였는데
한번, 두번 횟수가 늘어나면서
아이 이야기
시댁 이야기
처가 이야기 같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그 옛날처럼 우리의 이야기로 대화를 하게 되었답니다.
오랫동안 멈춰있던 탓에
대화를 하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남편도 저도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상대방의 지난 시간을 이해하려고 노력중이에요.
걱정할까봐 말하지 않았던 가슴속 이야기가
서로를 무시한다고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걸
대화를 하며 알게 되었어요.
여전히 우리는 서로에 대한 지나친 배려로
고민을 100% 나누지는 못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이 사람과 과연
대화하며 지낼 수 있을까'
라는 니체의 말을 떠올리면..
그래, 이 정도면..
그래, 이 사람이라면..
더 나이가 들어도 대화하며 지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