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치킨을 시켜 먹었다. 아들이 군대에서 먹고 맛있다 추천해준 자담치킨의 맵슐랭 치킨을 시키려 했는데 시험 기간인 딸이 마음에 걸렸다. 고3 마지막 내신 시험이라 스트레스가 큰지 시험 기간 내내 배가 아파 고생을 하고 있는데 매운 것을 먹이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먹기로 하고 다른 치킨을 주문하기로 했다. 맵슐랭의 양념 소스 설명을 보니 프라닭의 고추마요 치킨과 비슷한 것 같아 맵슐랭 대신 프라닭을 주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엔 양이 걸렸다. 한 마리는 왠지 부족할 것 같고 두 마리는 많을 것 같은 애매함. 1인 1닭을 하는 집도 있다는데 우리는 2마리 시켜 4명이 먹으면 남는다. 애매하게.. ^^ 서로 얼마나 배가 고픈지 물어보다 결국 남편이 결단을 내렸다. 자담치킨 맵슐랭 한 마리, 프라닭 고추마요 치킨 한 마리. 각각 주문해 남으면 내일 먹자고. ㅋㅋ 양념 소스가 비슷해 비교하면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게 남편의 이유였다. 내 입장에선 다음 날 간식거리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종종 엉뚱한 곳에서 진지함과 결단력을 사용한다. 한 마리냐 두 마리냐가 뭐 그리 중요한 문제라고.
비가 오고 있어 배달하시는 분이 고생하시지나 않을까, 배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방 배달이 되었다. 갓 튀겨내 바삭한 치킨을 보니 두 마리도 한 번에 거뜬히 먹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두 마리 다 주문하길 잘했어. 치킨을 한 입 베어 물며 남편이 말했다.
"오늘 엄마 닭다리 4개 먹겠다."
"와~~ 엄마 다리만 먹어도 배부르겠는데."
"다리가 얼마나 맛있는데 다리를 싫어해?"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야. 친구들이랑 먹을 때는 먹어. 왠지 애들이 다 다리를 찾으니까 안 먹으면 손해일 것 같아서 나도 먹는다하지. 근데 굳이 다리 아니여도 난 상관없어서."
"나도. 안 먹는 건 아닌데 특별히 다리 먼저 찾지 않는거지. 난 날개가 맛있더라."
"나도 날개."
"야~ 따라하지마."
"오늘은 특별히 다리 2개 양보할께. 먹고 싶은 사람 먹어. ㅋㅋ"
남편과 딸이 닭다리보다 다른 부위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척 신기했었다. 세상에 닭다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 결혼 전 친정에서는 닭다리때문에 동생들과 눈치싸움을 하곤 했다. 닭은 왜 다리가 두 개만 있어서 이런 고뇌에 빠지게 하는 것인지. 다리가 4개인 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아마 그 당시 치킨은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여서 더 그러했던 것 같다. 자주 먹을 수 없는 닭다리라 더 간절히 원했던 것일지도. 요즘은 닭다리가 당연히 내 차지가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부위별로 파는 메뉴가 있어 언제든 부드러운 살을 먹을 수 있어서 그런지 닭다리에 대한 갈망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 물론 여전히 맛있지만. 문득 그 옛날, 닭다리를 누가 먹을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 한 번도 부모님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나와 동생들만이 그 대상이었다. 왜일까? 부모님은 지금의 남편처럼 닭다리를 좋아하지 않으셨던 것일까? 아니면 좋아하면서도 우리를 위해 양보를 하셨던 것일까? 짜장면이 싫다고 하던 god 노랫말 속 어머니처럼 말이다. 이제는 알 수 없게 된 진실이지만 나는 그 이유가 전자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