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미 Nov 06. 2021

어느 수능 선물


남편이 회사에서 딸아이 수능 선물을 또 받아왔다.

며칠 전에는 마카롱을 받고 또 며칠 전에는 스타벅스 커피와 케이크 세트를 받았다. 오늘 받아 온 것은 올리브영 기프트 카드. 계약직 직원이 줬다고 했다. 계약직이라는 말에 짠하고 “아버님께서 항상 잘 챙겨주셔서..”라는 메모에 또 한 번 짠했다. 딸도 그런 마음이었나 보다. 기프트카드를 보며 “왠지 슬프다.”라고 했다.

눈치 없는 남편이 “왜?”라고 물었다.

“아버님께서 항상 잘 챙겨준다니.. 설마..”

“야!! 아빠가 잘해줘.”

ㅋㅋㅋ

“내 미래의 모습 같아서 맘이 쓰리네. 상사의 생일도 아니고 상사 딸의 생일도 아니고 상사 딸의 수능일까지 챙겨야 하다니.. 난 사회생활 힘들어서 못 할 것 같아.”

가슴에 손을 올리고 웃픈 표정을 짓는 딸의 말에 남편과 난 웃음이 터져버렸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남편은 정말 그 직원을 잘 챙겼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 직원은 정말 순수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계약직’이라는 단어에 대한 편견은 그 순수한 마음을 사회생활의 고단함으로 바꾸어 버렸다. ‘계약직’이 슬픈 걸까? 우리의 ‘편견’이 슬픈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 생일상 차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